▲독일 베르디(공공노조) 소속 샤르티 병원 파업
이주호
두 번째로, 사회민주화에 대한 독일산별노조운동의 개입은 독일 복지국가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니라 지역 및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정치적 활동이 바로 사회적 연대의 핵심적 내용이다. 취업과 실업, 산업재해, 근무환경, 장애인, 남녀고용평등, 양질의 일자리, 일과 생활의 균형, 은퇴 후 노후대비 등 산별노조운동은 개별 기업의 노동자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 개개인이 안게 될 위험을 축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수행해왔다.
사회민주화는 정치적 민주화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민주화는 일상적 삶의 문제를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며, 결국 제도와 정책으로 귀결된다. 전체 노동자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을 풀어가야 할 중요한 역할을 독일산별노조운동은 전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도 우리 사회의 핵심적 집단인 노동자계급의 일상적 삶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제도화시키는 역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과제의 수행을 위해서 기업 단위를 넘어 노동자의 전체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산별노조운동이 더욱 절실하다.
세 번째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독일산별운동의 기여를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양극화와 같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 내지는 상생협력과 같이 가진 자의 수혜적 논리로 접근되고 있다. 재벌기업과 가진 자의 선한 의지만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거나 사기에 불과하다. 경제민주화는 제도와 구조의 문제로서 접근할 때만이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독일산별노조운동이 경제민주화 또는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수행해온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독일산별노조가 19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노동자 경영참여는 바로 경제민주화의 시작과 끝은 바로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준다.
간략히 말하면, 독일의 노동자 경영참여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와 현장노동자의 경영참여로 구분된다. 독일 산별노조의 활동가들이 주요 핵심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단위인 감독회에 1/2 또는 1/3 비율로 참여하여, 기업의 인수합병, 공장이전, 구조조정 등 노동자의 노동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한 현장에서는 해고, 배치전환, 기업복지, 인적자원개발, 직업훈련교육 등의 영역에 노동자 대표가 공동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일 산별노조의 활동가들은 주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기업이 경영논리에 의해 자의적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발생시키는 보다 근원적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경제민주주의를 추상적인 구호나 허무한 정부정책의 수준이 아니라 보다 더 현장과 개별 노동자의 삶에 가까운 구체적인 연대의 과정으로 변화시켰다.
개별 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연대의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