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상인구/취업자/고용률(단위 : 천 명, %)
박하순
정부는 이런 둔화된 고용증가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노동 유연화를 가능케 할 노동법제를 개악하였고, 노동자를 형식적으로 자영업자로 탈바꿈시키는 각종 법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그나마 법적 규제를 어기고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불법 탈법 기업에 대해서는 처벌을 미루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였다.
이런 정부의 정책은 성장률 둔화 및 자본축적 둔화와 결부되면서 사내하청 중소영세 비정규직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양산하였다. 정규직 채용은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에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였다.
그 결과 기존에 조직된 대규모 재벌 사업장의 노동자와 미조직 중소 영세 사업장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의 분할이 이루어졌다. 이 분할에는 세대적 분할과 성적 분할이 중첩되어 있다고 해야겠다. 즉 전자는 경향적으로 중고령 남성 노동자인 경우가 많고 후자는 젊은 여성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어떻든 이 후자의 노동자군은 기존 재벌대기업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 파견 등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어 기존에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과 기업조직으로 보면 형식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근로조건 고용형태 기업조직의 측면에서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이후에 새로운 노동자군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 노조의 관행을 지속시킨 기존 노조에다가 정부와 자본의 비협조 내지 탄압은 이런 신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렵게 하였고 이 둘 사이의 근로조건의 차이는 계속 심화되었다. 이들은 심지어 대립적인 갈등에 놓이게까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노동자 민중과 자본 사이의 양극화이지만 노동자 내부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양극화의 일종이라 해야겠다.
결: 계급적 단결과 역량을 강화할 산별노조서구에서 산별노조 조직화가 경제 상황 또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19세기 후반까지 노동조합은 숙련공 중심의 직능노조였다. 그러던 것이 독점자본주의 아래에서 반숙련/미숙련 노동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영국을 비롯하여 새 노조운동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수 있는 산별노조 또는 일반노조 운동이었다. 직능 또는 숙련 여부와 관계없이 한 산업 또한 한 지역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극복하고 크게 뭉쳐 당해 사회의 모순을 지양하자는 운동이었다.
오늘날 이런 산별노조 정신을 한국사회에서 응용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 사회에 직능 및 숙련 여부별 차이가 어느 정도 있고 이에 따른 조직 분화가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이것은 극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 내부의 분할의 핵심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독점 대재벌 또는 공기업 산하 정규직과 중소 영세 하청 산하의 저임금 비정규직 사이의 분할이라 해야겠다. 그래서 산별노조의 핵심은 이제까지의 기업별 노조의 관행을 깨고 실질적으로 이 두 노동자군의 계급적 단결을 이룩할 수 있는 실천이라 해야겠다.
그런데 이 두 노동자군의 분할에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경제위기 또는 경제 상황의 변화, 법제도 개악 및 위법한 실천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별 노조의 실천으로 이런 것에 대처할 수 있겠는가? 기업별 노조의 의제에도 오르지 않고 교섭틀도 없으며 이를 해결할만한 힘도 없는 것이다. 강력한 계급적 단결을 가능하게 할 산별노조 또는 이에 기반한 총연맹의 정치적 사회적 노조운동이 있어야만 대응이 가능한 사안들인 것이다.
한편 전자의 노동자군으로서는 현재의 지위가 보장만 된다면 기업별 노조 관행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의 노동자 분할이 숙련여부에 따른 분할도 아니어서 전자의 노동자군이 누리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근로조건은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그 양호한 근로조건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특수한 조건이 조성되어 일정기간에만 존속이 가능하고 이 조건이 사라지면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한, 이른바 "상황적 지대"라 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활용, 혹은 세계적으로는 중국 인도 등 주변부 노동자의 지속적인 대거 진출에 의해 이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대공황은 아니더라도 저성장 및 금융위기가 빈발할 장기불황이 예고되어 있는 시기라는 것도 고려해야 해야 할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몇 나라의 노조조직률이다. 자본주의 황금기인 6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의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글을 마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