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줄세우기 하는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 최대호 안양시장..."국철 1호선 지하화가 중요 과제"

등록 2012.07.23 09:22수정 2012.07.23 09:22
0
원고료로 응원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a

최대호 안양시장 ⓒ 안양시청

"의원이 시민을 보고 의정활동을 해야지,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이게 무슨 시민을 위한 대의기관인가. 정말로 분개를 금치 못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6일, 안양시의회가 추경예산안 처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자정을 넘겨 산회되면서 추경이 계류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기에 안양시는 1차 추경예산안 770억을 상정했으나, 처리되지 않아 예산 집행이 불가능해졌던 것. 결국 예산안은 다음 회기에 처리될 수밖에 없다. 최 시장은 의회 결정을 기다리다가 자정을 넘겼다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전반기 안양시의회는 관례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다수당임에도 의장 선거를 둘러싼 내분 때문에 의장·부의장은 물론 4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때문에 민주당 소속 최 시장의 후반기 시정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게 정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의회는) 시장이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심판은 시민이 하는 거다. 한 달 이상 추경을 주지 않아서 공무원들이 일을 못하고 있다."

최 시장은 답답한 심정을 연이어 토로했다. 안양시의회의 갈등 때문에 예산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피해가 결국은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최 시장의 주장이다.

지난 17일, 최대호 안양시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는 이민선 시민기자가 동행했다. 임기 2년을 막 넘긴 최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 안양시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앞만 보고 뛰어 왔다"며 "어려운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1호선 전철 지하화가 불가능한 공약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불가능한 것을 하게 하는 것이 능력"이라며 "10~20년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임기 내에 그 기반을 다지는 주춧돌 노릇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최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의원들이) 안하무인격"

a

스마트 창조도시 안양비전 선포식에서 의미를 설명하는 최대호 안양시장 ⓒ 안양시청


- 시의회가 내부에서 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이 문제다. 추경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시장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보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시 집행부가 의원들과 사이가 좋으면 유착되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의회의 역할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 아닌가. 시장이 의회와 소통해야 하지만 의회에 대해 시장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 아니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하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렵다."

- 이번에 의회에서 문제가 된 게 FC 안양 창단 관련 예산 아닌가?
"FC 안양 관련 예산은 770억 예산 가운데 3억밖에 안 된다. 당장 집행해야 하는 사업비가 있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시민축구단 FC 안양 창단과 관련, 최 시장은 "시민의 힘은 문화와 예술 그리고 스포츠를 통해서 나온다"며 "시민을 화합시키고, 안양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축구단 창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양이 과거에 축구로 명성을 떨친 도시였기 때문에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시장은 시의회의 내부 갈등 때문에 추경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와 함께 "소모적인 정치 싸움을 그치고 생활정치의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기초의회가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을 거듭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정당공천제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 시가 대표적으로 그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의원생활을 해야 하는데 특정인의 눈치를 보면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의원들이) 정말로 시민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데 안하무인격이다. 문제가 있다."

- 취임 2주년을 넘겼는데 소감을 밝혀 달라.
"지난 2년간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앞만 보고 뛰어왔다. 제 자신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소정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서 많을 일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 시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이나 시책은 무엇인지?
"국철 1호선 지하화 문제를 가장 먼저 했다. 이 공약에 대해서 한 의원이 의회에서 '안 되는 것은 빨리 접고 새로운 것을 시작해서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능력이지, 뻔히 있는 것을 하는 게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양시의 미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철을 지하화해야 한다. 지금 진전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 최 시장은 국철 1호선이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최 시장은 "이번 대선에서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하게 해서 10년, 20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만든다면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첫 단추로 "국철 1호선이 지나가는 6개 기초자치단체가 협약식을 했고,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 만드는 것... 기업과 상생방안 만들어 보자"

a

친환경 쌀 공급 협약식을 하는 최대호 안양시장 ⓒ 유혜준


안양시의 국철 구간은 6.4km, 이 구간 때문에 안양시의 동·서 지역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 최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 공약을 장기과제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주춧돌 노릇을 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중요한 공약은 시민축구단 안양 FC 유치로, 현재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양교도소 이전도 중요한 공약이라고 한다.

"또 중요한 공약이 안양교도소 이전이다. 내년이면 안양교도소 건축 50년이다. 50년 전에 안양은 인구 3만이었으며, 당시 교도소가 있는 호계동은 변두리였으나, 지금은 중심축이 되어 있다. 안양시는 현재 가용 토지가 전무한 상태로 그 자리는 대단위 성장 동력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이다."

안양교도소를 이전하고 그 토지를 활용해 안양시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 최 시장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전한다면 어디로 할 것이며, 혐오시설로 낙인찍힌 교도소를 다른 시·군으로 이전하겠다는 건 이기적인 발상일 수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최 시장은 "관점을 바꾸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주민제안 방식으로 하면 상생방안을 찾을 수 있다. 교도소 부지를 활용한다면 개발이익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 이익금을 활용한다면 이전 부지의 주민들의 복지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최 시장은 "스마트 콘텐츠 산업 유치와 관양 스마트타운·석수스마트타운·평촌스마트스퀘어 조성"을 성과로 꼽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일자리 창출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좋은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최 시장의 주장이다.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좋은 기업이 와야 하는데 안양처럼 지가가 비싼 동네에 오겠나? 뭔가 특혜를 주어야지. 특혜를 주지 않으면 안양에 오는 기업이 없다. 뒷돈 거래하고 부정한 짓을 하니 특혜가 문제가 되는 것인데, 내가 깨끗하게 할 테니 특혜를 주자, 했다. 서로 상생방안을 만들어 보자, 했다."

최 시장은 기업에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 여건이 좋으며, 여러 가지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고급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도시"라는 것이 최 시장의 주장이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3D 업종... 사생활 전혀 없어

a

충훈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최대호 안양시장 ⓒ 안양시


- 지난 2년간 어려운 일이 많았을 텐데?
"시장이 이렇게 어렵고 고난의 연속인 자리인 줄 몰랐다. 시장이 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모든 시민들이 의사결정할 때 시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지 않나. 안 되는 것은 전부 시장에게 와서 항의한다. 집회를 하고 욕을 하고... 그럴 때마다 중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장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최 시장은 시장이 된 뒤 사생활이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가족의 애경사를 챙기지 못하다 보니 가족에게서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시장이라는 자리가 3D 업종이라더니 정말이었다는 것이다.


- 지난 2년간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6%가 잘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거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만큼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초심을 잃지 않고 가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꼭 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안양시를 지켜보면서 시장님과 공무원들의 팀워크가 원활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장은 열심히 잘하려고 하는데 공무원들이 받쳐 주지 못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예전에는 그런 점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의 주인은 시민이다. 어떻게 해야 시민을 잘 섬길 수 있을 것인지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켜봐 달라."


- 현안이었던 안양·군포·의왕 통합 문제는 의왕시가 빠지면서 힘을 잃은 것 같은데?

"행안부의 행정체제개편추진위가 문제다. 그게 제대로 된 조직인가?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고 원칙이 자꾸 바뀌다 보니 (3개시 통합문제가) 혼란만 가중되고, 지역민들의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되었다. 관 주도의 통합은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은 3개시가 같이 해야 한다. 의왕이 빠진 상황에서 안양과 군포만 통합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없으며, 결정적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없다.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

이 문제와 관련, 최 시장은 "시민의 뜻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에 의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시장님이 그리는 미래의 안양은 어떤 도시인가?
"안양은 개발이 완료된 도시로 성장의 한계점에 와 있다. 우리 안양시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그렇다. 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앞으로는 도시 재생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 개발을 하는 게 아니라 균형 있고 조화로운 도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도시를 유지, 관리,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문화마을로 지역을 확산시켜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최대호 #안양시장 #국철 지하화 #시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3. 3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요양원 나온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
  4. 4 채상병 재투표도 부결...해병예비역 "여당 너네가 보수냐"
  5. 5 "물 닿으면 피부 발진, 고름... 세종보 선착장 문 닫았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