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춤추는 숲>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춤추는 숲>엔 독특한 마을의 일상이 담겨 있지만 그중 핵심적인 내용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싸웠던 성미산 지키기다. 주민들은 2003년 서울시의 배수지 건립 계획을 막아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학재단이 산 주변을 훼손해 학교를 지으려 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주민들은 이 야트막한 산을 아이들의 꿈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온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학교 신축이 예정된 산 중턱에 천막을 짓고, 굴착기와 삽질을 막아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마치 5년 내내 펼쳐진 MB정권의 삽질을 형상화 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름드리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전기톱을 온 몸으로 막아내기도 하고, 굴착기 위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다 나무에 깔려 위기상황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투쟁이 과격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생태와 환경을 향한 그들의 절규로 다가온다. 그들이 선택한 투쟁 방식 중에는 합창도 포함돼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마을 주민들은 마음을 모아 비틀즈가 부른 'Let it be' 곡을 딴 '냅둬유'를 부른다. 비오는 날 공사장 옆에서 목청껏 부르는 '냅둬유~'는 감동적이다.
영화는 주민들과 사학재단이 공사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밝다.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친근하게 지내며 함께 싸워나가는 이웃들의 모습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배어 있다.
강석필 감독이 제작을 맡고, 홍형숙 감독이 연출했던 전작 <경계도시>가 스릴러 영화 분위기 속에 한국 사회의 광기를 묘사했다면 <춤추는 숲>은 마을 자치행사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물론 사학재단과의 대립 속에 힘들고 지친 주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끈끈한 연대감이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갈수록 견고해질 뿐이다. 그러다 보니 투쟁을 담은 영화지만 생활다큐적인 분위기가 더 많이 풍긴다.
이 영화가 승리의 기록이 되면 좋았겠지만 <춤추는 숲>은 성미산을 100% 지켜내는 데 실패했다. 주민들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주민대표를 지방선거에 출마시키기도 하지만 사학재단 학교 건립을 끝내 막지 못했다.
그렇다고 패배의 기록은 아니다. 남은 80%의 산은 지켜냈고, 그곳을 생태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계속 진행형이다.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그들은 산에 장승을 올리며 숲과 호흡하겠다는 의지를 남긴다.
"싸움은 졌지만 노래하면서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