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후 야권표 결집, 51:49로 이길것
 문-안, 17일께 공동정책 선보일 수도"

[오마이공약] 이정우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위원장

등록 2012.11.06 13:54수정 2012.11.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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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이정우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이정우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유성호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 사이에) 단일화 될것으로 보구요. 만약 그것을 깨는 쪽으로 가면 국민들이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 1987년엔 국민들이 그냥 좌절하거나, 한탄으로 끝났지만...이제는 아마 촛불 들고 일어날 거예요. 돌팔매질을 받을지도 모르죠. 길거리를 걸어 다닐 수도 없을 거예요."

의외였다. 그동안 그의 입에선 '센' 용어를 듣기란 힘들었다. 각종 세미나 자리가 됐든, 청와대 시절에 만났던 그는 그랬다. 차분하고 논리정연했다. 사람들은 그를 '선비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이정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경제민주화위원장 이야기다.

5일 저녁 늦게 그와 오랜 만에 마주앉았다. 문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 서울 사무소에서였다. 그는 전과 달리 '센' 발언을 꽤 쏟아냈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이야기할 때,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을 강조할 때 특히 더 그랬다. 그만큼 절박했을까.

당초 그와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까지만해도 문재인-안철수 후보 회동이 정해지기 전이었다. 이 위원장 역시 두 후보의 전격회동 확정에 사뭇 놀란 눈치였다. 우리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했다.

- 내일(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회동을 언제, 어디서 하나?
"난 잘 모른다.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나요?"(인터뷰 도중에 두 후보가 6일 오후 6시 백범기념관에서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 두 후보의 회동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굉장히 잘됐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후보) 대리인들이 먼저 만나고, 맨 마지막에 후보들이 만날 줄 알았는데... 안 후보쪽이 이번 회동을 두고 정권교체 의지를 분명히 한 점에 크게 안심이 된다. 또 앞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원래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단일화 상관없이 공동비전을 위한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 말대로 대리인들이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이다. 물론 안 후보 쪽에선 "어렵다"며 거부했다.  


"선 정책합의 후 단일화...17일께 공동비전과 정책 보일 수 있을 것"

- 일단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면, 정책연합은 별도로 진행되는가.
"두 개의 트랙으로 되지 않겠나. 정책은 정책대로 만나고, 단일화 방법 등을 다루는 정무쪽끼리 만나서 하지 않을까 싶다. 두 팀이 같이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정책연합 협상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쪽에 5개의 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양쪽에서 5명씩 나와 협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물론 안 후보쪽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그쪽에서 추가로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조정도 가능하다."(문재인 후보쪽에는 정치쇄신, 남북경제연합, 일자리,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등 5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 국가의 공동비전과 정책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보는지.
"안 후보가 정권교체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 왜 지금 정권교체를 해야하는지, 무엇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지, 총론에 먼저 합의를 해야 한다. 국가 비전에 먼저 합의하고, 각 분야별 각론에 따라 공통의 공약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 정책 합의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정책 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국가) 비전 합의하는데는 3일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각론 합의하는 데는 1주일 정도 회의하고, 둘이 합하면 10일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협상은 어떻게, 누가, 얼마나 걸릴지 말이다. 단지 학자가 아니라 옛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정책기획 등을 해 본 경험 때문이었을까. 다시 그의 말을 옮겨본다.

"빠르면 내일 모레(7일)부터 정책연합 회의에 들어간다고 하면, 총론 합의에 3일 정도, 이후 비전과 각론 합의하는데 10일 정도 잡으면 17일경이면 양 후보가 공동의 비전과 합의된 정책을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 기대이지만요. 그때 쯤이면 후보 단일화 시기나 방식도 합의가 되겠죠. 두 사람이 나와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이 정책은 실천을 하겠다'고 선언하게 될 거예요."

"내가 원래 낙관파...단일화 되면 선거 마지막 3일에 야권으로 표가 모일 것"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전북 익산시 원불교중앙총부에서 열린 종법사 추대식에 참석하고 있다.권우성

이 위원장은 "후보 단일화보다 정책연합을 먼저 국민에게 알리는 게 맞다"고 했다. 국민들이 야권 후보의 국가 비전과 정책을 보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先)정책연합, 후(後)단일화가 맞다"고 강조했다.

- 안 후보쪽에선 여전히 민주당의 정치쇄신 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끄덕이며) 그런 것 같다. (안 후보가) 9월에 출마선언 때도 단일화 조건이 정치쇄신이었으니까.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실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정치쇄신도 정책별 논의 과정에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내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괜히 잘못 말하면 분란만 일으킨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대신 "양쪽 정책팀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할 것은 합의하고, 못하는 것은 다음 숙제로 남겨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
"(웃으면서) 내가 원래 낙관적이다. 바둑도 낙관파다. 바둑을 두면서 늘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계산하면 지는 경우가 많더라. 물론 현재 국면에서도 결과가 나쁘게 갈 수도 있지만 단일화가 잘 될 것으로 본다."

- 어떤 이유라도.
"역사적 교훈과 경험이다. 지난 87년 (야권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민주주의를 적어도 15년 후퇴시키지 않았나. 양쪽 진영 사람들이 그 교훈을 배우지 못 할 사람들이 아니라고 본다. 또 지금 우리 국민 분위기가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민의를 거스를 어떤 정치세력도 지금은 없을 것이다."

- 야권 단일화하면 대선에서 이길 것으로 보는가. 
"박근혜 후보와 50대 50 승부로 간다. 물론 이긴다고 낙관할 수는 없지만… 50대50으로 가더라도 얼마나 다행인가. 5년 전만 해도 우리는 낙담하면서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나. 이번엔 희망을 가지고 투표장에 간다. 그 희망이 막판 부동층을 우리 쪽으로 끌어 당겨서 51%를 만들 것이다."

-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단일화해도 박 후보가 1.5%포인트 이긴다'고 했다.
"(고개를 흔들며) 단일화가 이뤄지면 정권교체 희망이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다. 아마 투표일 3일을 남겨두고 야권으로 표가 집결할 것이다. 51대 49로 이길 것으로 본다."

'누구로 단일화 될 같은가'라고 물었더니, 대선 승리만큼이나 확신은 하지 못했다. "물론 문재인 후보를 돕고 있으니까 (단일후보로) 됐으면 좋겠지만 장담은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지는 하늘만이 알지 않을까. 앞으로 2, 3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12일 공약완결편 때 금융민주화, 사회적 대타협도 들어갈 것"

단일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계 바늘이 저녁 9시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문 후보 공약으로 이야기를 옮겼다. 다음주께 세 후보쪽에서 대선 공약집을 내놓는다. 문 후보쪽도 오는 12일께 최종 공약을 공식 발표한다.

- 12일에 내놓을 대선공약에는 어떤 것이 들어가나.
"이미 발표된 것 이외 새로운 것들이 많을 것이다. 완결편으로 보면 된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이미 재벌개혁 등 세차례 발표했다. 이외 금융민주화, 사회적 경제(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지원 등) 분야 공약이 들어간다. 또 노동의 민주화를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이 들어갈 것이다."

- 사회적 대타협이라면, 참여정부시절 한때 이야기 나왔던 것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며) 2003년에 주장했었다. 당시 네덜란드 모델을 두고 보수언론으로부터 몰매를 맞았는데. 이제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사회적 대타협이 한국경제의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 당시에도 과연 네덜란드 등 북유럽 사회모델이 과연 가능한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네덜란드는 노사정 대타협이다. 이번에 준비하는 것은 아일랜드 모델에 가깝다. 그쪽은 노사정에 민(民)이 들어간다.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한국식 모델을 만들 생각이다. 우리 노조 조직률이 10%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정만으로는 타협이 쉽지 않다.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노사 간 양쪽 주장을 듣고 중재와 조정, 심판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타협으로 가야한다."

- 경제민주화 이외 문 후보쪽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일자리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문 후보 스스로 일자리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도 있다."

- 만약 집권하게 되면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있나.
"글쎄. 일자리의 전체적인 방향은 이렇다.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일자리) 나누고, 바꾸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일자리 '만나바'라고 부른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낼수 있다. 보육과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 경제민주화는 공통된 주요공약인데, 박근혜 후보, 안철수 후보와 다른 문 후보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안 후보와 비슷하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도 비슷할 거다. 노동의 민주화, 사회적 대타협이 우리 쪽 상표가 될 것 같다. 이 부분은 안 후보쪽에서 별로 얘기를 안 하더라."

"박근혜 기획작품 줄푸세, MB가 실행...김종인은 선거 장식용일 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남소연

그에게 일자리의 구체적인 개수를 물었지만 딱히 숫자를 내놓지는 않았다.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나 복지 등 큰틀에서 보면 여야 후보 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문 후보 스스로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안 후보와는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박근혜 후보와는 좀더 따져보면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과는 (나와) 인식이 많이 일치하지만 결국 선거장식용으로 영입된 것일 뿐"이라며 "결국 줄푸세론자들이 중심이 되면서 새누리당이 가지는 보수적 색깔이 드러나게 마련이며, 다시 한국경제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 위원장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공약이 뭐였나요. 747(7%성장, 국민소득4만불, 7대경제대국)이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닥치니까 폐기했어요.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추진했죠. 결국 우리경제 어떻게 됐나 보세요. 재벌로 경제력은 집중됐고, 골목상권과 서민은 더 피폐해졌어요. 민생이 파탄났어요."

- 줄푸세 공약은 원래 박근혜 후보 것이었는데.
"박 후보의 뿌리가 그것이다. 줄푸세의 기획자가 박 후보이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인 셈이다. 국가경제와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정권을 당연히 심판해야 하지 않은가. 또 보수에 정권을 넘기는 어리석은 짓을 (국민들이)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차를 마시며)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문 후보가 반성문을 여러번 썼다. 재벌개혁 실패 등을 인정했다. (웃으면서) 보통 재수하면 성적이 올라가지 않나. 두번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벌·관료문제에 대해선 노무현보다 문재인 인식이 더 철저"

이 위원장은 "재벌과 관료 문제에 대해선 문 후보의 인식이 노무현 대통령보다 철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문 후보의 정책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도 했다. 참여정부시절의 논란거리였던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전면 재협상보다는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재원 마련도 물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증세는 선거 전에 이야기할 성질이 아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물론 정부의 4대강사업 같은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했다. 부자감세 등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30조 원이나 되는 조세감면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어떻게 할까. 그는 "증세를 하되, 부자감세와 반대로 갈 것"이라며 "부자 증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폰이 울린다. 저녁 10시가 넘어서 또 다른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래도 증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앞으로 상속세나 소득세 등을 늘려 나가야 할 거고, 이외 법인세와 금융쪽의 자본시장 등에 대한 과세 등이 필요하죠. 직접세를 늘려가는 것이 조세형평에도 맞구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에 손을 대면 오히려 서민들이 고통받아요. 종합부동산세는 좋은 세금이죠. 보수언론에서 '세금폭탄이다' 하면서 잘못 알려져서, 억울한데요. 우선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서 오해를 풀어나갈 생각이에요."
#이정우 #문재인 #경제민주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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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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