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이 135조 원 확보"... 박근혜 복지 가능할까

[오마이공약] 박근혜 "씀씀이-누수 줄이면 돼"... 전문가들 "증세 없인 불가능"

등록 2012.11.21 10:16수정 2012.11.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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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박근혜 후보 비전선포식-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 행사에 참석해 말춤을 추고 있다. ⓒ 연합뉴스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 증세 없어도 가능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달콤한(?) 공약을 내놨다. 박 후보는 1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국민행복 10대 공약과 함께 재원 조달 계획을 밝혔다. 증세 없이 재정과 조세 개혁만으로 연간 27조 원씩 5년간 135조 원에 이르는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간 복지 재원 135조 원 확보"... 총선 때보다 50% 늘어

사실 새로울 건 없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4월 총선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연간 18조 원씩 5년간 89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여기에 50% 더 보탰을 뿐이다.

박근혜 후보는 "후대에 부담이 될 정부 부채 증가를 최소화하고 정부의 씀씀이를 먼저 살펴 세출을 절감하며 공정한 조세를 통해 세원과 세수를 추가로 늘리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특히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같은 '증세'보다는 누락되고 탈루되는 세금부터 걷겠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 조정(71조 원)과 복지행정 개혁(10조 6천억 원) 등 세출을 줄여 60% 정도를 확보하고 세제 개편(48조 원)과 기타 재정 수입 확대(5조 원) 등 세입 증가로 나머지 40%을 마련하겠다고 항목별 수입 지출표도 공개했다.

이렇듯 '증세 없는 복지 재원 확보' 방안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연간 27조 원은 GDP 2% 수준으로 규모가 작아 복지 재원으로 쓰기엔 빈약한 수준"이라-면서 "그나마 국내 재정지출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증세 없이 재정 지출과 조세 체계를 손보는 것만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증세 없다? 금융 과세-비과세·감면 축소 등 '사실상 증세' 포함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세입을 통한 재원 확보 방안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가 세금 탈루와 누수 최소화고 2번째가 세제 감면 축소, 3번째가 감세 원위치, 그 다음이 보편적 증세"라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4년간 법인세·소득세 감면으로 줄어든 세수가 63조 8천억 원인데 증세 없이 정부 지출과 세금 누수 방지 등만으로 연간 20~30조 원씩 나온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김 부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용을 늘리는 한편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통해 일자리 지출을 더 늘려야 하는데 공공 부문을 효율화하고 정부 지출을 줄인다는 건 일자리 공약과 상반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증세 빼고 세출 구조 조정 중심으로 연간 2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감세 정책으로 연간 15조 원 정도 줄어든 세수를 복원하더라도 12조 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데 그렇다고 박근혜 후보가 감세 정책을 철회하자는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강 소장은 "지난 총선에선 조세 감면 정리를 강조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까지 낮추고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얘기했는데 이번에 증세 관련 얘기는 빼고 세출 구조 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새누리당과 박 캠프에서 한때 부가가치세 인상까지 언급했는데 정치적 역풍 가능성 때문에 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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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비전선포식에서 발표한 복지공약 관련 수입 지출표. ⓒ 박근혜캠프


실제 새누리당 역시 지난 4월 총선 당시 재원 조달 방식은 ▲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 하향 조정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과세 ▲비과세·감면 정비 ▲최저한세 세율 상향 조정 같은 사실상 증세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엔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에 박근혜캠프 실무추진단장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세입 확대에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같은 '증세'는 없지만 탈루 소득이나 체납 세금 정리뿐 아니라 금융 분야 과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 중산층 이상 대기업에 가는 감면 세수 확보 등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 의원은 "세출 절감 역시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을 억제하고 각 부처 중복된 업무를 구조 조정하겠다는 것이지 복지 지출 등 정부 지출 자체를 줄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문-안, 증세 필요성은 인정, '보편적 증세'는 신중

그나마 복지 재원 확보 방안을 밝힌 건 박 후보가 유일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필요성은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문 후보는 19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가 100조 원 가량 된다"면서 "재벌 대기업에 편중된 조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고소득자 추가 과세,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등으로 중소기업이나 중산층, 서민 세 부담 없이 150~160조 원 정도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보편적 증세에 동의했던 안 후보 역시 지난 1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복지 규모를 확대하려면 증세는 필요하다"면서도 "세금부터 내라고 하면 조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세율 인상 선결 조건으로 국가 재정 투명성 강화와 조세 정의 실현, 국민적 합의와 동의 등을 내세웠다.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은 "대기업 세금 감면을 폐지해 최저한세율을 높이면 사실상 증세 효과가 있다"면서도 "민주통합당 역시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 외에는 보편적 증세는 물론 법인세 증세에도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복지재원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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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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