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ISD 시작, 차기정부 FTA 똥물 뒤집어쓸 판"

[오마이공약-대선쟁점인터뷰③] 이해영 한신대 교수 "경제민주화와 충돌하는 한미FTA"

등록 2012.11.22 18:35수정 2012.11.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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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교수 ⓒ 조재현


"드디어 시작된 것이죠.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먹튀자본에 피같은 국민세금 수 조 원을 모아서 물어줄 수도 있는데…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지 FTA(자유무역협정) 똥물을 그대로 뒤집어 쓸판이에요."

고개를 절레 흔든다. 그의 표정은 자뭇 심각하다.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다. 그만큼 꾸준히 FTA의 위험성을 알려온 전문가도 드물다. 지난 21일 그와 또 마주앉았다. 그동안 이 교수와 나눈 짧은 대화와 인터뷰가 수십여 차례에 달한다. 그때마다 정부의 일방적인 FTA 추진에 대한 비(非) 민주성과 장밋빛 협상 결과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고스란히 활자화 됐고, 그는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이번에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통상정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게다가 22일은 작년에 한미FTA 협정이 국회에 날치기 처리된 지 꼭 1년만이다.

- 22일이 한미FTA 국회 날치기 통과한지 1년이 된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있고, 묘하게도 오늘(21일)이 지나면 론스타의 ISD 본안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오늘까지 6개월간의 협의 기간이었다. 내일(22일)이 되면 세계은행에서 본격적인 ISD 소송에 들어갈지 나올 것이다.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날이다."

그의 말대로다. 22일 론스타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벨기에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제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이미 지난 5월말 우리 정부에 ISD 중재 의향을 보여왔다. 또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반환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관련기사: 론스타와 국세청의 세금전쟁 시작됐다). 6개월의 협의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인 중재재판에 나선 것이다. 그와 22일 보강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1호 ISD 소송, 피 같은 국민세금으로 배상금 줘야 할지도"

-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ISD 소송이 된 셈인데.
"그렇다. ISD가 사법주권 침해 여부를 놓고 얼마나 논란과 갈등이 많았나. 그때마다 정부가 뭐라 했나. 우리가 맺은 수많은 투자협정이나 FTA에 ISD가 들어있지만 단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뭐라 할건가."


- 정부는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면서 중재에 임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이 재판이 우리가 이겨도 얻는 혜택이 없다. 대신 지기라도 하면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론스타에) 물어야한다."

-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매각을 반대해 손해를 봤다'고 하고.
"우리 금융당국은 공공성 등을 판단해 내린 결정이지만, 국제투기자본 입장에선 손해를 봤다는 것 아닌가. 이제 누군지도 모르는 워싱턴 세계은행 건물의 중재재판관 3명이 외환은행 매각 불승인이 옳았는지를 판정하게 될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가 워싱턴 가서 부당성을 제기하겠다고 하지만 결과는 모르는 일"이라며 "자칫 재판에서 지면 4조6000억 원을 먹고 튀어버린 투기자본에 피 같은 국민세금을 모아서 배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먹튀' 자본에 대한 금융당국의 공익적 결정과 론스타의 사익 추구 사이의 분쟁이 본질이에요. 한마디로 초국적 자본의 사익 앞에 공익과 공공성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것이죠. 한미FTA 국회 통과를 앞두고 ISD 논란이 있던 것도 이 때문이에요."

"대선 화두 경제민주화, FTA 협정과 충돌... 믿고 찍은 국민만 바보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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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교수 ⓒ 조재현


그는 안타까워했다.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ISD가 국민들 사이에서 너무 쉽게 잊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통상정책은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도 않고 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통상 인식도 미비하긴 마찬가지다.

- 이번 대선에서 통상 이슈가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쓴웃음을 지으며) 모두 (야권후보) 단일화에만 관심이 있나 보다. 누구로 단일화될지 모르지만 통상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나와 있는 공약들이 한-유럽연합, 한미FTA 체제에서 가능한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떤 것은 매우 진보적이고, 어떤 것은 고민도 없는 것 같고."

- 진보적이라는 공약은?
"안철수 후보가 토빈세를 얘기했는데, 굉장히 앞서간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근데 한미FTA에서 이게 가능한지 검토가 없다. 토빈세는 금융시장의 자본유출입 과정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근데 한미FTA의 서비스 규정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

- 지금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 보호한다고 다들 그러는데 이것들 역시 FTA 조항과 충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본체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놓고 삼성 등 대기업은 못하게 했다. 그러면 초국적 기업인 아이비엠(IBM)이나 델(DELL)이 만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통상연구소에서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FTA 협정 사이의 충돌 여부를 조사한 경험을 전했다. 경기도 성남시 조례 모두를 대상으로 한미FTA와 충돌 여부를 조사했다는 것. 이 교수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일수를 조정하는 조례 등 여러 공공정책들이 FTA 서비스 조항과 충돌하고 있다"면서 "자칫 후보들 공약만 믿고 찍은 국민들만 나중에 바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 후보는 한미FTA 국회 표결 때도 찬성표를 던졌는데.
"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박정희식 수출주의의 당당한 후계자다. 수출주의식 패러다임이 계속될 것이다. 통상 인식도 현 정부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FTA를 상법의 표준약관 정도로 생각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MB정부 막판에 대거 FTA 협상개시... 무슨 짓을 하는지"

- 문재인 후보 쪽은 그래도 한미FTA 재협상 계획을 갖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원죄가 있다.
"이정우 위원장이 어느 정도 방향은 잡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재협상을 비롯해 무역이익공유제 같은 것도 내놓은 것을 보면 세 후보 중 그래도 나은 편이다. 무역이익공유제는 예전에 내가 제시한 'FTA 세금'과 유사한 개념이다. 한마디로 FTA로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하니까, 그러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라도 그만큼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 안철수 후보의 경우는 어떻게 보나.
"안 후보 쪽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처음엔 재재협상 이야기하더니 또 아니라고 했다가. 개정협상을 한다고 하는데, 재협상과 개정을 다르게 접근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것 같다. 통상 조약 어디에도 재협상이란 용어는 나오지 않는다. 안 캠프 내부에서 통상문제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인상을 받고 있다."

그는 대선정국에서 FTA 이슈가 하나의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 등으로 그동안 FTA에 대해 날선 입장과 활동을 펴왔던 진보진영이 몰락하면서 이를 대체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 사이 정부는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했고, 이어 한중일 3개국, 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체 협상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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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교수 ⓒ 조재현


- 한중FTA가 4차 협상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중일 FTA와 아세안국가들이 참여하는 포괄적인 경제협정체결까지 시도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황당하다. 현재 중국과 FTA 협상을 하면서 한중일(협상)하고, 아세안국가들과 하고.나중엔 중국 한나라와 3개의 통상협정을 맺게 된다. 한마디로 정권 말기에 있는 통상관료들이 차기 정부에서도 자신들의 일감을 벌기 위한 한건주의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

- 그동안 통상관료의 밀실주의에 대해선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한미FTA 하면서 통상절차법을 만들지 않았나. 우리가 그동안 주창해왔던 알맹이가 빠진 채 만들어진 법이었다. 국민들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FTA 협상을 투명하게 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통상교섭본부도 개혁해야 한다."

-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처럼 가야 하는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처럼 외교통상부 안에 둬서는 안 된다. 대통령 직속으로 교섭본부를 두고 정부와 재계, 농어민,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미 USTR은 대외협상만 맡고 있다. 무역전반에 걸친 정책 등을 총괄하는 기구(USITC) 같은 조직도 고민해야 한다."

이 교수에게 '차기 정부에 누가 들어서도 FTA 협상으로 사회적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물었다. 그는 '설거지'라는 표현을 썼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FTA를 현 정부가 설거지를 했는데, 차기정부는 한중FTA, 한중일FTA 설거지로 정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우려섞인 충고다.

"보수든, 진보든 다음 정부도 FTA 똥물을 뒤집을 쓸 각오를 해야 할 거에요. 한미FTA 부작용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중국과 FTA 협상도 마찬가지예요. 거기에 일본까지 끼면. 농어민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지금 후보들의 통상인식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아마 힘들 겁니다."
#경제민주화 #한미FTA #이해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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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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