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닦고 있는 김태진씨.
이현아
- 버스기사의 삶은 어떤가요?"두 명씩 짝을 지어 근무하기 때문에 각자 '짝꿍'이 있는데요. 제 짝꿍과 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개인시간이 많은 편이에요. 오늘도 오전 6시부터 3시까지 근무라서 일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가장 걱정스럽거나 힘든 것은 사고의 위험성인데요. 매일 운전을 하고 대형차를 운전하기에 사고가 나면 그만큼 위험할 수 있기에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할머니들이나 노약자분들이 버스 안에서 넘어지거나 다칠까 봐 운전할 때 더 조심스러워요. 잘하고 싶지만 사고라는 것은 의도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죠."
- 승객들 때문에 웃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아침에 정신없이 바쁠 때, 사람들 꽉찬 버스에서 앞버스를 타야 되니 빨리 내려달라는 할머니가 계셨는데요. 앞문으로는 못 내려드리니 뒤에 가서 내리시라고 하고 문을 열어드렸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내리자마자 막 뛰시더니... 다시 앞문으로 제 버스에 승차하시는 거예요. 하하. 그래서 '아아, 할머니, 이거 타면 안 돼요. 앞차를 타야죠'라고 다급하게 얘기해줬던 일이 생각나요.
한 번은 아주머니가 벨을 못 눌러서 그랬는지 맨 뒤에서 입으로 삐-삐- 소리를 내시면서 다급하게 내려달라고 했던 일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사람들의 방식에 웃음이 나죠.
그리고 좌석버스 같이 통로도 좁은 버스에 할머니들이 간혹 정류장까지 어떻게 들고 왔나 싶을 정도의 짐이나 구루마를 끌고 타실 때가 있어요. 그것도 이른 아침 모두가 바쁜시간에 버스통로가 꽉 막혀서 사람들은 내리지도 못하고, 그래서 "할머니, 출퇴근 시간만 좀 피해 주세요"라고 해도 들은 체도 안하고 그냥 가세요. 사실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함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그런 억지스러운 모습들에도 웃음짓게 되더라구요."
- 혹시 요즘에도 버스비를 속여 내는 사람이 있나요?"요즘은 카드 이용 때문에 적긴 하지만 거의 매일 버스비를 속여내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보통 학생들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학생들의 버스금액 지불 특징이 있어서 금방 알아챌 수 있죠. 제가 3년차 운행하다 보니 신기하게 동전 소리만 들어도 얼마를 냈는지 알게 돼요. 사실은 동전마다 무게가 달라서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거든요. 그래도 가끔은 모르는 척 넘어가 줄 때도 있죠. 하지만 내가 모를 거라는 생각에 우리 기사들을 무시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기분이 나쁠 때도 있어요. 다른 기사님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한 번은 할머니께서 100원짜리 두 개를 낸 경우가 있었는데 사람도 많은데 불러서 뭐라하기도 그렇고, 그때 못본 체 기다리다가 종점에서 내리시길래 잠시 불러서 '아이구, 할머니~ 동전 넣으신 것 좀 보세요. 얼마 넣으셨어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천원 넣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직 내리지 않은 동전을 보여드리며 백원짜리 두 개라고 하니 다시 천원짜리 한 장을 주셨어요. 일부러 그런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난감할 때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