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맞은' 박근혜와 '힐링' 문재인, 현재는 무승부

[게릴라칼럼] 2012년 대선후보 TV광고 읽기

등록 2012.12.06 14:19수정 2012.12.06 14:19
0
원고료로 응원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드디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물론 언론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대선 관련 기사들로 지면을 도배해 왔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예전과 달리 집밖으로 나가면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려있고, 곳곳에 선거 벽보들이 나열되어 있으며, 거리를 걷다 보면 트럭 위에서 뭔가 떠들고 있는 원색 점퍼의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게다가 TV를 봐도 선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가. 아무리 정치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할 수밖에.

그 가운데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TV에 등장하는 대선 광고일 것이다. 물론 접하는 횟수야 집밖으로 몇 발자국만 움직여도 볼 수 있는 옥외광고들이 훨씬 많겠지만, 어차피 현수막과 벽보 등은 으레 등장하는 홍보로, 광고의 기능보다는 공지의 기능이 더욱 클 터, 실제 대선 후보들의 이미지를 만들고 고착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TV 대선 광고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2002년과 2007년 대선을 떠올려보자. 물론 후보가 당선되었기에 더 많이 보여지고, 그만큼 강하게 각인된 이유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TV 대선 광고는 심지어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국민들에게 꽤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2002년 대선 당시 TV광고에 등장한 기타치는 노무현 후보 ⓒ 민주당


통기타 하나 들고 나와 덤덤하게 직접 노래를 부르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노무현 후보. 당시 그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었고, 아직까지도 그의 죽음과 맞물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시장 국밥집에서 먹음직스럽게 국밥을 먹는 이명박 후보의 광고는 어떠한가. 지금이야 MB정부의 강부자를 위한 한결같은 정책으로 인해 그 먹는 모습이 탐욕스럽고 게걸스럽다고 평가되지만 당시에 그 광고는 꽤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이명박을 보며 많은 이들이 그가 대통령이 되면 진정 서민 경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도, 심지어 임기가 끝나도 회자될 정도로 강력한 광고의 힘.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TV 대선 광고를 만드는데 있어서 캠프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국민들을 설득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논리가 아닌 감성이며, 백 마디 말이 아닌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각기 두 차례씩 내보낸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광고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평가하건데 현재 스코어는 1:1, 1차에는 박근혜 후보가, 2차에는 문재인 후보가 각기 앞섰다는 생각이다.

인상적이었던 박근혜 후보의 1차 광고


박근혜 후보 첫 TV광고는 명확한 의사전달이 돋보였다. ⓒ 새누리당


우선 박근혜 후보의 TV 대선 광고를 보자. 1차 광고의 경우 그 핵심이 아주 명확했다. 비록 칼에 맞아 위기를 겪었지만 국민들의 성원으로 일어날 수 있었고, 그와 같은 국민들의 믿음을 밑천삼아 열심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는 최근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하며 최홍만이 밝혔던 이유, 즉 "여자로서 얼굴에 칼을 맞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다시 정치를 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그 구조상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지역감정에 맞아 쓰러지거나, 칼에 맞아 쓰러지는 위기에서 후보를 구한 것은 국민이고, 그 국민의 믿음을 위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국민의 성원을 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이 광고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의 쾌유를 비는 이들의 사진을 내세우는데 이들은 모두 촛불을 들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다. 새누리당이 MB 정부 당시 기겁했고, 최근까지도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한다"고 했던 촛불이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대선 광고에 등장한 것이다.

촛불의 차용 ⓒ 새누리당


이는 결국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를 바꾸며 진보의 전유물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빨간색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나라당이 진짜 바뀐 것 같다는 착각을 실질적으로 불러일으킴으로써 MB와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총선에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촛불을 차용함으로써 박근혜의 취약 포인트인 젊은 계층을 공략했고, 이후 민주당이 촛불 이미지를 쓰더라도 그 파급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요컨대 박근혜 후보의 1차 광고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선 광고 구조와 진보진영의 고유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촛불 등을 선점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어쨌든 광고 이후 박근혜 후보를 보면 턱의 상처부터 찾게 되는 것이 대중 심리인 만큼, 박근혜 후보의 1차 대선 광고는 국민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 엇나간 광고 기획

그러나 영리했던 박근혜 후보의 광고는 2차에 들어 1차와 같은 캠프에서 만들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악해졌다. 2차 광고는 현재 대한민국에는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고 박근혜 후보야 말로 탁월한 정상외교 역량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서 그 적임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와 같은 주장이 많은 국민들에게는 너무 생소하다는 점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박근혜 후보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할까? MB정부의 외교정책은 성공적이었던가? MB정부 당시 박근혜 후보는 외교적으로 무엇을 했던가?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MB의 외교정책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일언반구라도 한 적이 있었던가?

사실, 박근혜 후보의 정상외교와 글로벌 리더십을 운운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신시대 아버지 옆에서 퍼스트레이디를 수행한 것과 2002년 방북하여 김정일을 만난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가 과연 이 두 가지 사례를 전면에 드러내어 스스로를 탁월한 외교역량을 지닌 인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유신시대 퍼스트레이디 수행은 현재 대선과정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고, 방북사실은 지지층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사실 아니던가.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강조한 박근혜 후보의 두번째 TV광고 ⓒ 새누리당


게다가 광고에서 운운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십'은 2012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다지 반가운 단어가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정부는 '세계화', '글로벌' 등을 운운하며 경쟁력 강화, 경제성장 등을 거론했지만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정작 나아지지 않았고, 우리네 삶은 더욱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적인 기준에 맞추어 외국자본들이 들어와 우리의 부를 앗아가지 않았던가.

결국 박근혜 후보의 2차 광고가 실패한 이유는 광고의 내용이 공감을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도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칼을 맞고도 꿋꿋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이며 박근혜 후보의 강인함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1차 광고와 달리 2차 광고는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박근혜 후보의 외교에 관한 의구심만 상기시켜 주었다. 과연 냉전적 사고에 갇힌 그녀가 심하게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호를 안전하게 이끌 수 있을까?

할 말 많은 문재인

반면 문재인 후보는 1차에 비해 2차의 광고 내용이 더 나아졌다. 우선 문재인 후보의 1차 광고를 보자. 광고는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데, 전반에는 서민으로서의 문재인 후보와 후반에는 격정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 후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전반에는 후보가 맨발로 휴식을 취하고 아내가 옷을 다려주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이 베일에 쌓여있는 박근혜 후보와 각을 세운다면, 후반에는 그의 연설하는 격정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노무현의 그림자,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으로서 노무현만큼의 강한 리더십과 열정이 없다는 편견을 뛰어넘으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재인 후보의 첫번째 TV광고 중 일부. ⓒ 민주당


문제는 전반과 후반의 간극이다. 두 가지 모두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겠으나, 그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광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짧은 시간에 감성이면 감성, 논리면 논리로써 접근해야 되는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구절을 굳이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노라 욕심을 부리니 광고가 산으로 갈 수밖에.

물론 그와 같은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캠프의 고민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와 달리 문재인 후보는 대중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인물에 대한 소개도 해야 할 것이며, 반(反)박근혜 표의 담지자로서의 가능성도 널리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광고의 특성이다. 광고는 절대 긴 서사를 허락하지 않는다. 아주 짧은 시간, 국민들은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 벅차다. 따라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는 문재인 후보의 광고는 박근혜 후보의 그것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더욱이 문재인 후보가 대선 광고 안에서 앉아 있던 의자가 고가품이냐 아니냐에 대해 논쟁이 있었는데 이는 단순히 새누리당 알바들의 공작이 아니다. 이는 그만큼 문재인 후보의 광고가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할 만큼 인상적이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反) 박근혜, 반(反) MB, 반(反) 새누리당의 총합 문재인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은 이와 같은 1차 광고의 문제점을 2차 광고에서 극복했다. 2차 광고에서는 문재인 후보 개인에 대한 설명보다 왜 국민들이 문재인을 불러냈는지, 문재인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에 주목함으로써 반(反) 박근혜, 반(反) MB, 반(反) 새누리당의 총합으로서의 문재인을 충실히 구현해 내었다.

문재인 후보의 두번째 TV광고. ⓒ 민주당


문재인은 말한다. "힘들었던 지난 5년, 등록금이 힘겨운 알바생과, 겨울이 무서운 홀몸어르신과, 전세난에 우는 세입자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상권을 빼앗긴 동네 빵집 아저씨와, 아이 키우기 힘든 워킹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잘못된 정권의 연장을 막기 위해" 나올 수밖에 없었노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듯이 현재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힐링, 즉 위로인데 문재인 후보의 2차 대선 광고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광고에서 문재인은 그의 출마가 결코 개인의 사사로운 권력욕이 아니라 국민들의 호출 때문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건 여야의 네거티브 논쟁이 아니라 당장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왜 그들이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는지, 그것이 또한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2차 광고를 통해 보여줬다.

앞으로 13일 남은 대선. 아마도 두 후보 캠프는 몇몇의 TV 대선 광고를 더 내보낼 것이다. 과연 누가 대선 광고의 승자가 될 것인지, 그리고 그 승리가 대선의 승리로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대선광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요양원 나온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
  5. 5 채상병 재투표도 부결...해병예비역 "여당 너네가 보수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