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스튜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일 열린 대선 TV토론회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에게 받은 돈 6억' 등 박근혜라는 성역 뒤에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고, 네이버 등 포털에서 관련 단어들이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다음 날 유권자들이 받았을 충격을 상상했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대해 충분히 해명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만의 생각이었다. 오히려 치부가 드러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시청율 1%도 안되는 종편들이 1% 지지후보가 대선 토론회를 망쳤다며 난리를 쳤다.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해서 조바심도 났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민간인 불법사찰, 25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 수많은 측근비리가 있을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두고 보자"는 분노는 찻잔 속에 태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권 5년이 또다시 연장된다면 서민들은 무슨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라는 절망마저 엄습한 힘든 며칠이었다.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며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5년 동안 서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빚더미의 절망이었고 오를 수 있는 사다리마저 차버리는 냉혹함이었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며 자화자찬하던 지난 5일 무역의 날 축사 장면 뒤로, 서민들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겹쳐졌다.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 요금을 못내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타 죽는 세상, 칠순 노모와 마흔의 딸이 같이 줄을 묶고 한강으로 뛰어내리는 이 참혹함은 이명박 정부가 숨기고픈 서민들의 '생얼'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에서 보여준 정권의 모습은 10년 전으로의 역사적 회귀가 아니라 전두환 군부 독재 때로의 복귀였다. 미행하고 협박하고 한 가정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칠성판에 매달고 고문을 자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인권 유린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산 철거민과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에 대한 살인 진압은 또 어떤가. 페퍼포그가 물대포로 바뀌고, 백골단이 경찰특공대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노동자와 철거민은 때려잡아야 할 폭도들이었다.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로 쫒겨 나거나 값싼 노동자로 전락했다.
야당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전략에는 무능했고, 자본과 서민의 대척점에서는 분간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 집권의 고민은 부족했고, 정치 철학은 부재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맞선 전선에서 가장 먼저 이탈했던 것도 야당이었다.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여당에게 뒤졌다.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이 잘해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
이명박의 국민성공시대와 박근혜의 국민행복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