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씩 하는 건강다지기 시간
이종득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을 일부러 찾아갔다. 취재가 목적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여서 교육문제를 질문하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굴운리에 사는 강태원씨, 민정(11살)이 아빠이다. 민정이는 구송초등학교 4학년이다. 강씨는 아침마다 등교하는 딸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친구들하고 싸우지 마"라고 습관적으로 말한다. 그때마다 딸 민정이는 아빠가 괜한 걱정을 한다는 듯이 "걱정 마세요" 하며 성큼 성큼 멀어져간다. 2km쯤 떨어져 있는 학교를 민정이는 늘 걸어서 다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씨는 차를 태워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민정이는 일년 내내 논밭 길을 아침저녁으로 걸어 다닌다. 학교 통학버스가 있지만 아빠가 걸어 다니라고 해서 2학년 때부터 줄곧 그랬다고 말했다. 강태원씨는 왜 딸에게 도보 통학을 권했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십리 길도 아닌데 걸어 다녀야죠. 차타고 학교 다니면 재미가 없잖아요. 운동되고 좋잖아요. 나도 걸어 다녔던 길이고요. 시골 길 걸어 다니면서 보고, 생각하는 게 나중에 커서 다 써먹는 거라고요. 감성 교육은 따로 시켜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강태원씨 대답은 농사꾼답게 시원시원했다. 그래서 또 물어봤다. 아이가 학생 수도 별로 없는 시골학교에 다니는 게 마음에 걸리지 않느냐고.
"학생 수가 적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들 하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자기가 하기 나름이잖아요."민정이가 다니는 구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4명이다. 3학년만 8명이고, 한 학년에 5명 내지 6명이 공부한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송정리에 있다. 그렇다고 산골 오지에 있는 학교도 아니다. 읍내에서 차로 10분 만 가면 있는 학교다.
귀농한 학부모가 학교에 만족하는 이유 구송초등학교는 강원도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모델학교다. 배움이 즐거운 '구송 HAPPY(해피)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체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운 교육을 하고 있다.
교실 밖 수업으로 작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며 자연공부를 하고, 인근 지역의 동물 농장이나 체험마을을 찾아다니며 세상을 경험한다. 하루 20분은 독서 시간으로, 하루 30분은 건강다지기 시간으로 정해 진행하고, 특성화교육으로 '꿈 자람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1인 3기 특성화 감성교육과 1인 1악기·1운동·1나눔으로 전인교육과 특기신장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전교생이 매일 영어 체험장에서 원어민 선생과 생활중심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
2011년에 김인숙 교장선생이 부임한 후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교장선생님이 학부모와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하시고, 함께 이야기하는게 편해요""아이들을 배려하는 학교 운영이 정말 좋아요.""주입식 문제풀이 대비 교육이 아니라, 독서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정말 좋아요."학부모 몇 분에게 전화를 걸어 구송초등학교가 좋은 점을 말해달라고 하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서울에 살다가 귀농해 정착한 학부모회장 이미란씨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귀농하면서 아이 교육 때문에 정말 많이 망설였는데, 귀농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아이가 6학년인데, 지금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요.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여서 아이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요. 학교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물론 다양한 예체능 과목을 방과 후 수업으로 지도해주니까 정말 좋습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한 교육도 그렇지만, 학부모를 상대로 하는 학교교육 설명회와 수업참관을 통해서 선생님과 소통해서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