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어묵이 완성된 모습.
이정희
'어묵장인'이 만들어낸 수제어묵은 이 공장의 자랑거리다. 산처럼 쌓인 어육옆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칼을 몇 번 '탁탁' 치는 것 같더니 어느새 쓱 말아 훌륭한 수제어묵 하나가 완성됐다. 수제어묵을 만드는 장인의 경우 하루 3000개 정도의 어묵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손 맛'이 더해진 수제어묵에 떡, 게살, 소시지 등이 추가돼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에게 배달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주문이 가능하며 사각어묵(6장, 300g)은 2천원이며 수제어묵은 3천원-4천원 사이다.
"가장 중요한게 우선 청결입니다. 그리고 일단 맛있게 만들려면 재료가 좋아야 하고 기름이 깨끗해야지요. 저는 '어묵 참 잘 만들었다' 이 말이 제일 좋습니다.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고요. 60년 기술이 다 여기 있는 거니까. 우선 맛보면 다들 알아요 "장인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자랑이라 그런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비자들이 '부산어묵'을 찾는 이유는 단연 맛과 품질 때문이다. 어묵은 밀가루와 어육(연육과 생육을 합친 것)의 배합비율에 따라 맛이 결정되고 품질의 차이가 난다. 어육함유량이 높을 수록 맛있는 어묵이라는 이야기다. 이곳에서는 수입산 연육과 국산 생육을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온 장인정신도 맛의 격차를 더한다. 현재 S식품의 경우 모든 제품의 어육량을 80%이상으로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서 생산한 고급어묵의 경우 밀가루 함량을 5%이하로 낮추어 어묵의 본고장인 일본어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단다.
부산어묵이 맛있으니까 사람들은 '부산어묵'을 대표 상호로 떠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곧 소비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 중 진짜 부산어묵은 얼마나 될까? 박종수 대표는 "'부산어묵'이라고 유통되는 상품 중 60%는 타 지역에서 생산된 대기업 제품으로, '부산어묵' 이름만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어묵 시장진출이 활발해지면서 CJ, 동원F&B, 대림수산 등 대기업 3사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74%를 웃돌고 있다.(2012년 12월31일 닐슨SS데이터 기준) 반면 부산 군소업체에서 생산된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5%대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대기업의 경우 유통, 마케팅, 자금공급 등에서 판매 우위를 점하고 있어 매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결국 소비자가 원조 부산어묵을 접할 기회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가 설명하는 대기업에서 생산된 어묵과 원조 부산어묵의 가장 큰 차이는 어육함량이다. 대기업 제품의 경우 원조 부산어묵에 비해 어육함유량이 10~20%정도 낮다. 사용하는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식감도 다를 뿐더러 어육의 수입산과 국산 비율도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의 어묵시장 진출이 2006년부터 본격화 되었기 때문에 그 전부터 이어져온 부산의 군소업체들의 '기술력'과도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홍보와 마트 중심의 체계적인 유통망을 이용하는데 반해 부산 군소업체의 경우 입소문에 의한 직접 마케팅과 재래시장을 통한 보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어묵'을 지키기 위한 조건 그렇다면 부산에서 만든 어묵에만 '부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박종수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산어묵조합에서 20년 전부터 '지리적 표시제'를 추진하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부산에서만 재료를 공수하는 게 아니라 수입산 재료도 함께 쓰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들 '부산어묵'을 쓰게 된거죠." '지리적 표시제'란 해당지역 안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해 해당지역의 명칭이 포함된 상호를 이용하도록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순창고추장, 하동녹차 등이 지역의 이름을 붙여 특산품을 지켜나가고 있다. 부산과 전혀 연고가 없는 어묵이 '부산어묵'으로 출고가 가능한 이유는 어떠한 기준이나 제약조건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