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옷가게에서는 대부분 구제의류를 판매 한다.
추연만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50km 떨어진 작은 촌락 관가. 붉은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 굵은 나뭇가지 몇 개와 대나무 발로 벽을 삼고 함석과 천막으로 지붕을 얹은 손바닥만 한 집이 있다. 좋게 말해 집이지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1인용 원두막이라고 하면 딱 좋을만한 엉성한 구조물이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집에 알록달록한 옷가지들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얼른 봐도 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은 옷들이라 빨래를 널어놨다 싶었지만, 나름 이 동네에서 유명한 옷가게란다.
가난한 나라 에티오피아에서도 더 가난한 시골마을 관가에서는 새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 옷은커녕 떨어지고 헤지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옷'이란 그저 치부를 가리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나뭇잎으로 가릴 것을 천으로 가리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러다 보니 어른이든 아이든 때에 찌들고 헤지고 구멍 난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닌다. 선생님도, 학생도, 공무원도, 노동자도, 농민도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에서 옷은 사치품의 일종이다. 한국 사람이 의류수거함에나 넣을 것 같은, 혹은 그보다도 못한 낡은 셔츠 하나가 20~30비르(1비르 : 한화 약 60원) 정도. 하루 일당으로 겨우 의류수거함에서 꺼낸 것 같은 낡은 셔츠를 하나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추위를 막기 위한 용도가 아닌 모양과 멋을 위해 옷을 사는 것은 사치일 수밖에 없다.
가난한 시골마을의 재력가, 바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