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이 그려준 캐리커처.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들 한다.
강은경
-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자!고 맘 먹게 된 계기라도 있었나. "사실 여행기를 쓸 계획을 갖고 지난 겨울부터 여행 준비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준비 중 하나가 블로그를 만든 거였지요. 일상의 단상들을 두어편 써서 사진과 함께 올리게 됐는데, 한 친구가 그 블로그를 보고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등록하고 글을 올려보라고 적극 권했습니다. 그 친구는 오래 전부터 <오마이뉴스> 애독자인데, 매체 특성상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어, 그래? 하고 별 생각 없이 기사를 올렸는데…. 그 친구 꼬임에 제대로 낚인 것 같습니다.(웃음)"
- 기사를 쓰고 난 뒤 반응은? "사실 주변 반응보다 저 본인의 반응이 컸습니다. 생각보다 그런 단상 스케치가 재미있더라고요. 글과 사진을 엮어 편집되어 뜬 기사가 그럴듯해 보이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계속해서 새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쓰면서도 너무 잡다한 신변잡기 아닌가, 나의 일상을 지나치게 노출하는 건 아닌가, 지금 쏟아지고 있는 심각한 시국 문제들에 힘을 보태 한판 뒤집어엎어야 할 때인데 낭만적인 얘기들이나 하고 있어야 하나 우려도 되고 켕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 이야기이고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공동의 주제를 다루는 것이니 하면서 밀어붙였습니다."
- 그러고 보니, 일전에 고양이 방사 기사로 홍역을 치렀다. 사실 편집부로 전화도 많이 왔다. 좀 놀라진 않으셨나?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윗집 청년 현에게 쏟아진 비난 때문이었습니다. 제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저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현이 상처 받았을까, 마음 상했을까 싶어 잠이 잘 안 올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전화 연락도 안 되었고 만날 수도 없고. 엊그제 현이 왔기에 술 한 잔 나누며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현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기사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아 부연설명을 자세히 써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고. 아무튼 왜 그런 기사를 써서 욕 먹이냐, 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마음이 아니라니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달린 300여개의 댓글들과 어느 고양이 카페에 오른 글들을 다 읽어보았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건지. 참, 씁쓸했습니다.
기사를 정말 읽어보기나 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고양이를 진짜 발로 차며 학대했다는 사람, 이곳이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독이 너무 심했습니다. 저는 그런 오독을 살만큼 기사의 내용이 빈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집안에서 키우는 도시 고양이를 기준으로, 고양이는 이런 동물이다, 고양이는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다라는 고정된 지식으로, 나루의 상태나 미래를 판단하고 걱정하며, 무슨 죽을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나 퍼부을 듯한 욕설과 저주들. 참, 슬픈 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루의 태도(이웃에서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매일 수시로 방문을 흔들며 크게 울어대는 등)를 감당할 수 없어서, 생각 끝에 나루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기 위해 결정했던 일이었습니다. 나루가 살아온 환경, 나루의 상태, 습성, 나루의 능력 등 모든 걸 고려하여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사실, 그 기사는 나루라는 고양이의 에피소드를 통해 동물과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 이기적인 사랑에 대해 비판한 글이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어느 분이 쓴 '기사를 읽고 한편 뜨끔했고, 한편 애잔했다'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들일 거라고만 섣불리 생각했던 겁니다.
나루를 잘 아는 동네사람들이나, 직접 나루를 본 저희 집 방문객이나, 지인들은 모두(저와는 다른 동물 철학을 가진 분들도) 누리꾼들의 그런 반응에 대해 저보다도 더 황당해했습니다. 나루는 자유롭게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와는 이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입니다. 혹여, 이 기사가 나가고 또 전과 같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개진이 아니라 비난, 욕설, 인신공격, 비방 따위들을 한다면, 미리 말씀 드립니다. 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