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수달도 감성마을 주민이었다"

가을 찾아온 감성마을... 그리고 감성마을 문학관 이외수 작가

등록 2013.10.29 11:45수정 2013.11.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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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을. 햇빛을 머금은 단풍잎은 붉은 빛을 더한다. ⓒ 신광태


주변은 온통 노랑, 빨강 형형색색이다. 산야에 자생하는 온갖 나무들은 경쟁이나 하듯 자신의 고유의 색깔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4일,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 화천감성마을로 서둘러 출발했다. 감성마을 진입도로는 한껏 치장한 산국과 구절초 꽃들로 가득하다. 보내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을 향기로 표현하는 듯하다. 해가 뉘엿한 감성마을은 기온이 차가웠다. 마치 초겨울을 연상케 하듯.


감성마을 계곡엔 산천어가 산다. 햇빛에 비친 단풍나무 붉은 빛 이파리를 깔고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산천어를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란 말 이외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난 산천어가 원래 이곳에 살고 있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감성마을 몽요담이란 연못에 살던 물고기들이 수달을 피해 물길을 따라 아래로 도망쳐 온 것이란다. 꿈을 노래하는 연못이란 의미로 몽요담이란 이름을 얻은 연못은 규모가 작다.

이외수 작가는 화천의 대표 물고기로 자리 잡은 산천어를 구해 이곳 연못에 넣었다. 그런데 매일 아침이면 개체수가 줄어드는 거다. 절반 이상의 물고기가 없어졌다. 이유가 궁금했다. 밤샘 관찰 결과 범인이 밝혀졌다. 야심한 밤, 수달들이 침투해 애지중지 키워온 산천어를 야식으로 먹어 치운다는 것을 알았다.

수달의 침범에 당황한 몽요담 산천어들은 터전을 버리고 그곳을 떠났다. 비교적 활동범위가 자유로운 개울 쪽으로 모인 거다. 

"산천어와 수달은 청정을 대표하는 동물이지 않습니다. 연못에 사는 산천어가 없어졌다는 섭섭함보다 수달도 감성마을 주민임이 밝혀졌다는 게 반가울 뿐입니다."


감성마을엔 이외수 작가 내외와 문하생들이 산다. 산토끼, 고라니, 산새, 개구리, 산천어, 야행화 등도 마을주민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젠 수달도 감성마을 주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이외수 작가는 말했다.

진품 꿀 구별을 위해 현미경을 구입했다


가을풍경 취재를 마치고 감성마을 문학관에서 이외수 작가를 만났다. 지난해 8월 감성 문학관이 문을 연 이래 작가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오후엔 문학관에서 관광객들을 맞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단다.

국화차를 앞에 놓고 작가와 마주한 자리. 최근 그의 근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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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을에서 이외수 작가를 만나 최근 그의 근황을 들었다. ⓒ 신광태


-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독자들을 위해 근황 좀 소개해 달라.
"요즘은 SNS를 통해 지역 농산물 장사한다. 여름부터 옥수수나 감자 등 다양한 농산물을 소개했는데, 그 효과가 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트위터를 통해 직거래로 중계를 하다보니까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으니까 좋고, 농민들은 비록 적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지만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서 좋은 듯하다."

- SNS로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초가을에는 화천 간동면 지역에서 생산한 멜론을 판매하는데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럴싸한 카피가 필요한 듯 보였다. 추석명절 전이라 선물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멜론을 구입한다면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무례함에 대해 달콤한 멜론으로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카피를 구상해 SNS에 올렸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멜론이 팔려나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농민들이 주문을 받으면 즉시 발송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SNS를 통해 "제품이 왜 이 모양이냐"라는 항의도 받았다. 그래서 "난 모른다. 농민들에게 물어봐라"라고 말하지 않고 SNS를 통해 정중한 사과문을 장문으로 보냈더니 더 이상 따지지 않더라."

- 지난해 지역에서 생산한 꿀 홍보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 했었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꿀은 진품인지 아닌지 여부를 크게 따지는 품목이다. 그래서 진품여부를 내가 확인해 주기로 하고 현미경도 구입했다. 현미경으로 꽃가루 포함여부를 확인해 보는 거다. 그래서 진품임을 강조했더니 판매가 증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화천이 아닌)다른 지역에서는 꿀에 꽃가루를 섞어서 진품이라고 내 놓은 사람들도 있다더라. 잘못된 방법이다. 왜냐면 인위적으로 꽃가루를 섞었을 경우 현미경으로 보면 뭉쳐진 입자가 크게 보인다.(웃음)"

- '감성마을 가봐야 이외수 작가가 만나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안 만나 주는 게 아니라 못 만나 주는 거다. 밤에 작품구상을 하고 집필을 하다보면 아침이 온다. 그때에 취침을 하게 되면 오후에나 일어나게 되니까, 못 만나 준다는 표현이 맞다. 대신 오후엔 감성문학관에 있을 때가 많다. SNS를 통해 '오늘의 감성마을 방문 최연소자'라는 표현과 함께 사진도 올리곤 한다."

- '작가가 소설은 쓰지 않고 트위터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화천 감성마을로 이전하고 연간 작품 1권씩은 내놓았다. 그 정도면 적은 분량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작가나 예술인들은 독자들과의 소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NS만큼 소통의 파급력이 큰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 최근 작가 홈페이지가 다운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 농산물 판매와 연관이 있는 건가?
"아니다. 알릴 내용이 긴 경우에는 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SNS에 올릴 수 없는 한계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SNS에서)너무 긴 글은 자세히 읽지 않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내용에 대해 홈페이지에 공지성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곤 아무 생각없이 트위터와 연동을 했는데,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어 버린 거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1초에 1000명 이상 접근 시 시스템이 이를 디도스로 인식해 자체 방어를 위해 스스로 다운된 다는 것을 알았다. 격외문원 상임이사가 '본인이 자신의 사이트를 공격하면 어쩝니까. 자폭하자는 겁니까'라고 말해 한참 웃은 적도 있었다."

- 작가와 인근 군장병들과 관련한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아래 15사단에서는 한달에 두 번 정도 신병수료식이 열린다. 그날은 전국 각지에서 대부분의 가족들이 면회를 오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 병사들도 있다는 걸 알았다. 얼마나 쓸쓸하겠나. 그래서 면사무소와 협의해 감성마을을 찾도록 유도해 힘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지역 주민으로 당연한 것 아닌가." 

- 마지막으로 올해가 가기 전 신간을 발표한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언급해 줄 수 있나?
"내용을 미리 말하면 누가 책을 사 보겠나?(웃음). 화천 파로호를 배경으로 썼다. 간단히 말하자면 깜짝 놀랄 만큼의 반전이 있다는 정도만 말하겠다. 11월 출간되는 한 문예지에 단편으로 실릴 예정이다. 책이 나오면 SNS를 통해 알리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이외수 #감성마을 #몽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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