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이 지나는 동안 대형 사고를 잇달아 겪으면서도 당국이나 관련부처는 그 경험의 축적을 통한 조직적인 구조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선앤문
현장 지휘본부가 사실상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삼풍 사건 때나 지금의 세월호 사건 때나 별반 다르지 않다.
"대형사고 때마다 나타나는 지휘체계 혼란이 이번 삼풍백화점 참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돼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중략) 민간인들의 현장접근 통제 및 구조요원의 효율적인 배치 등.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이뤄지지 못했다."이 글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한 신문 매체의 기사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정부 부처 간 지휘 협조 체계의 혼선도 드러났다. 16일 내내 해양경찰청을 관할하고 해난 사고 전문가가 많은 해수부와 재난관리 주무 부서인 안행부의 임무와 역할이 정리가 안 돼 혼선을 빚었다."이 글은 2014년 4월 18일 <한겨레> 뉴스에서 발췌한 내용의 일부이다. 나는 이 두 기사에서 어떤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것과 사고가 일어난 곳이 백화점이 아니라 '바다'라는 사실을 통해 아랫 기사는 2014년에 벌어지고 있는 재난이라는 걸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9년이 지나는 동안 대형 사고를 잇달아 겪으면서도 당국이나 관련 부처는 그 경험의 축적을 통한 조직적인 구조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과 해양경찰, 민간구조대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질 못하고 있다. 공기를 주입해 달라거나, 조명탄 사용, 잠수부들의 적극적인 침투 등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애절한 목소리는 맹골수도의 조류를 따라 지금도 흩어져 가고 있다.
[정치인] 영향력 없는 김문수는 왜 진도에 내려갔을까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당시 퇴임을 반나절 남겨두고 있던 최병렬 서울시장은 현장을 방문했다. 사람들은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대책본부 간 통합이나 구조현장의 보다 조직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해 주길 원했다.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책본부의 통합은 이뤄지질 않았고, 관련 공무원들은 며칠이 지나도록 누구하나 모여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분담하자는 의논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6월 29일 현장의 기온은 29도에 달했지만 각기 다른 위치에 놓여있던 사람들의 온도차는 여름과 겨울을 오가고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이틀째인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을 방문하였다.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35분간 질문과 건의사항을 들으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달하면서 관계부처의 신속한 조치와 지원을 약속했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전날 16일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했던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과 함께 씁쓸함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