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현장] 단원고 침몰 희생자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 '촛불기도'

등록 2014.04.25 09:19수정 2014.04.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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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이연주(8살) 어린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언니 오빠 힘네세요 꼭 돌아오세요.’란 문구를 적은 리본을 달고 있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이연주(8살) 어린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언니 오빠 힘네세요 꼭 돌아오세요.’란 문구를 적은 리본을 달고 있습니다. 김종술

언니 오빠 조금만 더 힘내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보고 싶어요.
미안하다 우리의 아들 딸들아 우리를 용서하지 마라.
형 누나들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가던 아빠도, 시장을 보러 나왔던 주부도, 공부방에 가기 위해 지나가던 학생도 엄마의 손을 잡고 지나던 유치원생까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 생각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지난 22일부터 충남 공주시 신관사거리에서 세월호 침몰 희생자의 명복과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이 삼일째 밝혀졌습니다. 평등실현을위한 학부모회 공주지회 회원들이 시작한 촛불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노란 리본에 쓰던 글귀는 소리 없이 떨어진 눈물에 알아보지 못하게 돼 버렸습니다. 빵과 우유를 한 봉지나 사 들고 와서 조용히 놓고 가는 아름다운 손길도 보았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은 촛불만 바라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그냥 가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들 앞에 죄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좌 이연주(8살), 우 구나현(7살) 신관동에 사는 주부가 딸과 동생의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촛불에 동참했습니다.
좌 이연주(8살), 우 구나현(7살) 신관동에 사는 주부가 딸과 동생의 아이를 데리고 나와서 촛불에 동참했습니다. 김종술

딸과 동생 아이까지 손을 잡고 찾았던 아주머니(34)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해서 애들을 데리고 나왔다. 아이들의 기원이 아직도 차디찬 그곳에서 고통 받고 있을 언니 오빠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 한숨을 쉬셨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사대부고 참사 때도 어른들은 지켜주지 못했는데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질러 버렸다"며 "어른들이 좀 더 깊게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허둥지둥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사고가 나면 그때만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잊어버리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비난에 목소리도 토했습니다.

 엄마 아빠와 약속한 통금 시간인 8시까지 촛불을 들었던 좌 김애순(13살), 우 박주은(13살) 학생들이 소중하게 적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엄마 아빠와 약속한 통금 시간인 8시까지 촛불을 들었던 좌 김애순(13살), 우 박주은(13살) 학생들이 소중하게 적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김종술

 엄마 손을 잡고 나왔던 학생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언니 오빠들의 무사귀환’을 적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왔던 학생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언니 오빠들의 무사귀환’을 적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김종술

박주은(여 13) 학생은 "저녁이면 TV 보면서 엄마 아빠랑 다 같이 울어요, 어른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해요"라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합니다.


김애순(여 13) 학생도 "언니 오빠와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나는데 안타깝고 불쌍해요, 돌아가신 언니 오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슬퍼요, 언니 오빠들에게 제 기도가 전달되어 꼭 살아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며 타들어 가는 촛불에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막내동생 생일이라 케이크를 사러 왔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참여했다는 곽준형(남 19) 학생은 "저도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는데 동생들이 사고가 나서 안타깝고 학교에서도 친구들끼리 모이면 이 얘기만 나눠요"라며 "정부가 방관하는 것 같아 답답해요, 더 이상은 이런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라고 비난에 목소리도 내놨습니다. 


삼일째 진행된 세월호 침몰 희생자의 명복과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에는 많은 시민이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의 눈에서 눈물도 보았습니다. 어른 학생의 말처럼 다시는 이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누군가 달았던 꼭! 돌아 와줘 라는 문구가 적인 리본이 소중하게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 달았던 꼭! 돌아 와줘 라는 문구가 적인 리본이 소중하게 달려 있습니다. 김종술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김종술

 충남 공주 신관사거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무사귀환과 희생자를 위로하고 삼 일차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충남 공주 신관사거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무사귀환과 희생자를 위로하고 삼 일차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김종술

#세월호 #촛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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