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팽목항에서 목놓아 울어도 울지 못하는
그 엄마보다 아픈 사람은 없더이다
하늘은 무심한듯 푸르르기만 하고
죄 많은 바다는 오늘도 부모의 절규를
파도소리에 묻어버린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멈춘 자리엔
숨쉬고 살아있음이 감사하던 가슴도 멈추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기적이 오지 않음을 알면서도
아이 엄마는 마법사처럼 주문을 외운다
아이들은 하늘나라 어디쯤 있을까?
모순과 죄악 속에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어른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야속한 지금 세상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애처로운 가족의 위태로운 하루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카네이션을 가슴에 품고 엄마는 또 눈물의 하루를 보낸다
심장에 새겨진 하얀 국화꽃을 어루만지며
내일이 슬퍼지는 이유를 또 한 가지 떠올린다
부모라는 이름, 엄마라는 인생을
어찌 살아가야 할지, 꼭 살아내야 하는 건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에게 물어본다
아무것도 함께 할 수 없어 공허한 날들
피지 못한 꽃이라 불러서 미안한 날들
작별인사를 하지 못해 이별을 못하는 날들
숨이 멎는 고통 속에서도 남은 자는 살아야 하는 날들
계절이 바뀌고 세상 겉모습도 변해가고
인생꽃도 서서히 시들어가겠지만
조금 오래 헤어져 있는 안녕이라 인사하고
함께할 수 없는 일상은 좋은 추억으로 떠올리고
수많은 별들 중 가장 빛나는 별 하나 품어
그렇게 너를 만나고 안아주련다
살랑이는 작은 바람이 되어
가장 예쁜 자태로 피어 있는 들꽃이 되어
우리 곁으로 찾아올 때 혹 몰라볼까봐
그 작은 손으로 볼에 간지럼 태워주겠니?
잊을까봐 그리울까봐 떠나보낼까봐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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