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핀 새누리당 지도부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완구 비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그럼에도 내실은 빈약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총 82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당시 민주당은 92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124곳에서 승리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72곳(5일 오전 10시 현재)에 그쳤다. 진보교육감의 전국적 승리 역시 지방자치 선거와 달리 야권단일화의 위력이라 볼 수 있지만, 보수 스스로의 분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물론 혹자는 여당과 야당이 기가 막힌 세력 균형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이 아니었다면, 새정치연합은 이 정도의 성과도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 직후부터 등장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 등 공안몰이로 돌파해 왔던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태로 급격히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선거는 그냥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아니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세월호 사태로 분노한 국민들의 '분노투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린 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의 승리도, 야당의 승리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에서 멈췄다. 오히려 정권차원의 위기를 감안하면 집권 여당의 선방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이 선거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론 지방선거 이전부터 제기되던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단지 세월호 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사고를 참사로 키운 데에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불통과 독단, 일상화된 거짓과 속임수가 큰 몫을 했다. 여전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보여준 오만하고 거침없는 행보들은 그대로 그들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갔다. 세월호 사태는 정권위기가 가시화된 계기였으나 원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는 미지근하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세월호 사고에 대한 분노를 지방선거가 집어 삼켰다. 2008년 점차 무력화되던 촛불시위가 뒤이은 재보궐 선거에 흡수되다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사건과 맞물려 2010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듯, 이번 세월호 사태도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 투표로 이어질 듯 보였다. 그러나 '심판투표', '분노투표'로 치장하기엔 결과가 지나치게 밋밋하다. 청와대가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내심 안도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박근혜 정부로서는 수도 서울과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의 패배로 인해 위기를 깔끔하게 돌파했다고 보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 어중간한 결과 앞에, 그들은 이제까지의 정국운영 기조를 그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선거 정국에 터진 세월호 사태가 최대의 위기라 여겼지만, 그 심판의 칼날은 지나치게 무뎠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입장을 바꿔야할 뚜렷한 동기가 없다.
중앙정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서울에서 시장선거와 교육감, 대부분의 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정권에게 지속적인 위협 요소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들이 실제 정부여당을 위협이라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활동을 보아왔을 때 요원하다.
야성 버린 새정치연합, 또다시 무능함의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