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선거에 등장한 '박근혜 눈물'6.4지방선거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지난 3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권영진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거리유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포스터에 사용되고 있다.
이희훈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10년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20여 곳의 단체장 중에서 불과 82석만을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117석 정도를 얻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엽합은 80곳을 얻는 데 머물렀다. 특히 새누리당은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을 내줬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을 상당부분 가져갔다. 광역 선거는 인물 경쟁력에서 밀렸으나 정치적 기반은 여전히 강고히 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기초자치단체장 결과와 관련해 이런 평가도 나올 수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는 강남·서초 등 이른바 수도 서울 내에서도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만한 곳을 제외하고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자치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새누리당은 4년 전에 비해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기초자치단체장 자리를 많이 가져왔으나, 수원과 성남·고양·부천 등의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매머드급 도시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대부분 패배했다. 수도권 대도시급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철저하게 심판을 당한 모양새가 됐다.
그렇지만 광역과 다른 기초자치단체장의 전국 판세 결과 중 상당 부분은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떠안아야 할 부담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지도부가 공천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비현실적 결단으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갈 후보들의 동력을 상당 부분 갉아먹었다. 꼭 이것만으로 기초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냉혹한 정치적 평가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각 당 지도부가 받아들 성적표에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청와대를 살펴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는 인천에서 현직 시장을 물리쳤고, 부산에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는 오거돈 무소속 후보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당선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유세에 나서진 못했지만, '눈물 흘리는 사진' 한 장으로 새누리당의 '도와주세요' 읍소 전략에 일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한몫 했다.
이로써 '차떼기 정당'으로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박근혜가 나선 이래, 그녀가 나선 선거에서는 모두 이기고, 그렇지 않은 선거에서는 패배한다는 공식이 이번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됐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향해 권력 투쟁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다수의 정권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급속한 레임덕을 겪곤 했는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저력이 확인된 이상, 여권 내 권력의 균형추는 여전히 청와대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좀 복잡미묘하다. 일단 안철수 대표는 전략공천을 밀어붙였던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됨으로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만약 이곳에서 패배했다면 안철수 대표의 입지는 돌이킬 수 없이 좁아졌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준수한 성적을 얻었기에 당장의 책임론에서는 멀어졌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성된 집권여당 심판론을 살리지 못했고, 여전히 낮은 당 지지율이 강원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패배를 가져오고 충청권 기초단체장 선거 성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단 지도부는 당장의 정치적 책임론에서는 비켜나갈 수 있으나 앞으로 헤쳐나갈 정치적 경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7·30재보선에서 또 한 번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더구나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과반수에 육박하는 박근혜 고정 지지층과 낮은 정당 지지율 등의 부담을 안고 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 압도적인 인물을 내세우지 않고는 선거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한길-안철수 체제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야 '잠룡'들의 희비 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