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 검찰조사 때문에 거래? 그건 아니다"

[인터뷰②]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등록 2014.08.08 21:48수정 2014.08.08 21:48
24
원고료로 응원
a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 남소연


[인터뷰①]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더 중요 유가족에 설명하지 않은 건 전략"

"유가족들, 의원 면회신청 하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데"

- 8일 유가족들이 안산에서부터 타고 온 버스가 국회에 들어오지 못했다. 알고 있었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오전 원내대책회의 끝나고 알게 됐다. 유족들과 저는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출입을 막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유가족들이 처음 국회에 농성에 들어왔을 때 정 의장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상당히 몰렸던 것 같다. 왜 유가족들을 출입시키느냐는 항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지난달 17일 제헌절 행사 전 티타임 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 의장 사이에 이 문제로 설전까지 오갔다. 이 대표가 정 의장에게 '다 책임지라'고 했다."

- 그렇다고 해도 유가족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
"잘못된 거다. 왜 밖에 계시는지는 모르겠다. 의원 면회신청을 하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데. 버스를 들어오게 하는 건 국회의장 소관이지만, 우리당 의원들 면회신청을 하면 (사람은) 들어올 수 있다."

- 유가족들이 개별적으로 국회의원 면회신청을 해서 국회에 들어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기자회견은 허락하지만 농성은 안 된다는 국회의 방침 때문 아닌가.
"새누리당에서 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한 여파일 것 같다. 알아보겠다."

- 이번 합의에 대해 당내 불만도 존재한다. 이렇게 합의한 것은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거라는 비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세월호 특별법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의미를 자세히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협상에 비판을 하거나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의원들 역시 유가족 입장에 서서 같이 비판할 수 있다. 특별법 협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보상과 배상 등 여러 가지 부분이 남아 있는데, 그런 비판이 나오는 건 협상국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최근 검찰이 야당 의원(김재윤, 신계륜, 신학용)들에게 칼날을 들이댄 데 대한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아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여당과 야당을 비교하면 할 말이 너무 많다. 여당 의원은 혐의와 물증까지 밝혀졌는데 보궐선거 이후에 소환하면서, 거기에 야당 의원으로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다. 참고인 조사 과정에 불과하지만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가고 있다.

검찰 수사의 균형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어떤 야당 의원들이 잘못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검찰이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유병언 수사로 검찰은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 때문에 정치검찰화 되는 건 나라 전체에 좋지 않다."

- 유가족 중에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세월호 가족들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아예 그 카드를 버린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분들이 있다. 정치적 부담을 내려놓으려는 협상결과라는 비판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비대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야당은 아파하는 사람들, 힘들어 하는 사람들 편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걸 부담스러워 한 건 결코 아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풀어가야 하는 시련의 시간을 야당과 유족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에 김기춘 비서실장,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의 증인 출석은 가능한가?
"김기춘 비서실장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그 연세 드신 분이 또 나와야 하는지, 이미 20시간 이상 기관보고를 했는데 또 나올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김 실장은 국민들에게 성실히 답변할 의무가 있다. 또한 김 실장은 이 난국을 풀어헤쳐나갈 헌신적 자세가 필요하다. 청와대 문제를 비서실장이 안 풀면 누가 푸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못 나온다고 하니까 그 대신 정호성 비서관 출석을 이야기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랬더니 새누리당이 더 펄쩍 뛰고 있다. 그러니까 더 수상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유정복 시장은 나온다고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이렇게까지 약속 안 지킬 줄 몰랐다"

- 유가족이 광화문에서 26일째 단식 중이다. 고 김유민양 아버님은 오늘 청와대 앞까지 걸어가 1인 시위를 했다. 유가족 입장에서 보자면, 사고가 일어난 지 넉달이 되어 가지만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황이다. 가족들이 계속 길거리를 배회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문제 아닌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야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가족들이 8일 서울로 오면서 관과 상복도 준비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과 소금도 끊는 단식 등 점점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분위기인데, 정치권은 무엇으로 이 문제를 막을 생각인가.
"저도 새누리당에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극단적 상황으로 가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랬더니 답변이 이랬다. '집권여당이 할 일을 왜 야당이 걱정하나'. 이 말을 누가 했는지 전하기는 좀 그렇지만 시점은 7·30 보궐선거 전이다. 이 얘기를 듣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 7일 합의로 박 위원장이 이완구 대표에게 당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 위원장 중 누가 더 협상을 잘한 것인가.
"협상이 잘 됐다는 건 시대가 판단할 일이다. 진상조사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잘 된 협상이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일시적인 비판은 받을 수 있고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결심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 때문에 수사권 부여가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변형된 형태의 뭔가를 받으면 일시적으로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구성이 잘못돼 국정조사처럼 정쟁으로 흘러간다면, 진상조사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진상조사위가 내놓은 결과를 가지고 특검을 해야 하는데, 특검도 실패하게 된다."

- 진상조사위가 수사권을 갖게 되면 훨씬 더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가진다는 부분에서, 수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원래 진상조사위원회의 의미와 목적은 조사를 충분히 하고, 자료를 100% 입수하는 거다. 유병언 사망 진실 여부 역시 중요한 조사 대상 중의 하나다."

-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렸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사과는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나. 
"굉장히 답답하다. 우리 경제가 내수시장을 살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와 있다. 그 전제조건은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국민들이 '100일 탈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부분을 생략하고 뛰어넘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고, 소모적인 일이 일어난다. 왜 그 부분을 생각 못하는지 답답하다.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월호 특별법을 어떤 방법으로든 매듭짓고 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가진 미안함을 약간 삭힐 수 있지 않을까?"

- 지난번 청와대 방문 때 박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그때 세월호 특별법 얘기를 꺼내니까 그렇게 반론제기가 없었다. 하지만 7월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해놓고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까지 약속을 안 지킬 줄 몰랐다. 우리가 보자고 해서 본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보자고 해서 간 약속인데 그 약속마저 이런 식으로 안 지킨다면 이건 신뢰의 정치가 아니다."

- 그럼 앞으로 청와대와는 어떻게 관계를 맺을 생각인가.
"어제(8일) 조윤선 정무수석이 전화한 것 같은데, 못 받았다. 그러나, 내가 다시 전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세월호 특별법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마음을 열고 신뢰를 가지고 소통하기 어렵다. 청와대 방문했을 때 조 수석과 새벽 2시까지 얘기를 나눴다. 대통령께 특별법이 왜 통과돼야 하는지 보고하고, 그 결과를 전화해 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전화는 안 왔다. 그리고 여태까지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어제 전화를 했다. 조 수석도 약속을 안 지킨 거다. 이런 식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필요할 때만 야당에게 뭐 해달라고 전화하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

[인터뷰③] "혁신위원 제1원칙은 공감형 인물 장외투쟁 반복 프레임 탈피할 것"
#박영선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3. 3 '한국판 워터게이트'... 윤 대통령 결단 못하면 끝이다
  4. 4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5. 5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