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더 중요
유가족에 설명하지 않은 건 전략"

[인터뷰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 위원장

등록 2014.08.08 21:47수정 2014.08.10 10:50
104
원고료로 응원
[기사수정 : 10일 오전 10시 50분]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남소연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을 선택한 건 기본 방침이었다. 유가족이 바라는 100%를 얻어낼 수 있으면 좋지만 시기상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30 재보궐 선거 전에 특별법이 타결됐다면 수사권 부분도 약간 접근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본 방침을 유가족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건 우리의 전략일 수도 있고 또 유가족들에게 알리면 협상 상대방에게도 알려지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각계 비판이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당내 인사들은 물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 반발도 크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후폭풍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당초 8일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던 인터뷰는 유족 면담때문에 정오로 또 오후 2시30분으로 계속 미뤄졌다.

그는 현재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지금은 비판이 쏟아져도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듯 보였다.

교황 방문 이전까지 최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 협상을 안 하면… 교황이 왔다 가면 추석이다"라며 "우리가 어떤 걸 지렛대로 협상을 할 수 있겠나.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무슨 카드가 있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설특검법은 자신이 만든 법이라고 강조한 박 위원장은 "이 법은 정권을 누가 잡게 되든지 중립적 인사가 특검으로 들어 올 수 있게 한 법"이라며 "이걸 바탕으로 보면,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영선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진상위 구성요건, '유가족 추천 3명'이 갖는 의미


-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안 세월호 특별법 핵심 쟁점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오전 열린 대책위 면담에선 주로 어떤 대화가 오갔나.
"유가족에게 협상 과정과 이번 협상의 의미, 이 협상의 의미가 가져올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 이번 합의에 어떤 의미가 있고, 미래라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것인가.
"이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패키지 협상'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밀려오는 시점에서,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외하고 피해학생 대학특례입학 법안, 그리고 나머지 국회에 계류돼 있던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함께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에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와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라는 두 개의 큰 방점이 있었다. 그 가운데 수사권 부분은 새누리당이 '법과 원칙에 어긋날 수 없다'라고 하면서 뒤틀려 왔다. 반면 구성요건에는 어떤 조건을 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사권과 구성요건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구성요건을 선택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협상을 이끈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남소연

-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수사권 대신 구성요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당과 야당 각각 5명, 대법원 2명, 대한변협 2명, 유가족 3명 추천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거다. 새누리당은 유가족 추천을 2명으로 주장했다. 유가족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셋 들어가는 것과 둘 들어가는 것은 의미 차이가 크다. 새누리당은 애초 이해당사자가 진상조사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와 유가족을 포함한 진상조사위를 약속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문제를 언급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따라서 그 부분을 강력히 주장했다.

국정조사가 끝나면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된 부분은 각 상임위로 내려간다. 이걸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하는 게 진상조사위다. 지금까지 있었던 과거사조사위원회, 의문사조사위원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 조사위원회들은 이해당사자가 추천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이번에는 이해당사자가 직접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 '5 : 5 : 4 : 3'의 구성을 강조하는데, 유족 추천 3명이 갖는 의미는 뭔가.
"유가족이 그 구성요건에서 우위를 점해야 의미가 있는 거다. 국정조사처럼 5 : 5로 되면 위원회 활동이 정쟁으로 흐른다. 진상조사위 결과를 가지고 특검을 하기 때문에 그것마저 정쟁으로 흐르면 특검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구성요건을 선택한 것이다. 수사권을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조사권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유가족이 바라는 100%를 얻어 낼 수 있으면 좋지만 시기상 쉬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7·30 재보궐 선거 전에 특별법이 타결됐다면 수사권 부분도 약간 접근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둘과 셋의 차이는 표결에 있는 건가.
"표결이 중요하다. 모든 결정을 표결로 하기 때문이다. 위원장도 호선이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증인 채택 문제도 표결처리를 한다. 자료제출요구권도 표결처리다. 위원장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조사요원들의 선택권도 좌우될 수 있다. 진상조사위 결과 미진한 부분은 특검으로 넘어간다. 그러니까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마치고, 특검에 들어가는 거다. 진상조사위가 부실하게 운영된다면 아무리 특검 추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특검을 할 수가 없는 거다."

- 그렇다면 유가족들은 왜 이 같은 박 위원장의 뜻에 반대를 하고 있는 건가?
"그동안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일 수도 있고. 유가족들에게 알리면 협상 상대방에게도 알려지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 수사권보다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을 취하는 건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카드였나?
"기본 방침이었다. 새누리당은 특검과 진상조사위를 동시에 시작하자고 했고 우리는 반대했다. 지금 특검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동시에 시작하면 진상조사위 역할은 줄어들게 된다. 특검에만 포커스가 맞춰지게 된다. 그냥 지금 현재 상태에서 특검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간에 진상조사위가 끼게 되면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해도 조사권을 확대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
"수사권을 가진다면 압수수색과 인신구속이 가능해야 한다. 진상조사위가 인신구속까지 갈 수 있는 수사권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릴 것이다. 관련 자료를 100% 받도록 하는 게 진상조사위의 역할이다. 그래서 동행명령권 확대를 이야기 했다. 진상조사위 구성에서 유가족 측의 우위와 조사권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 현재 야당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 이렇게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면 진실규명의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나.
"유가족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 위원이 과반을 넘기 때문에 국정조사와는 다를 것이다. 여기에는 또 전문가들이 들어가지 않나."

"상설특검법은 제가 만든 법... 중립적 인사 담보"

- 가족대책위는 이미 이번 합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열린 박 위원장과의 면담과정에서 태도변화가 있었나.
"설명을 충분히 해드렸다. 제 설명을 듣고 다시 가족대책위에서 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가족대책위 차원의 회의가 열리는 자리에는 제가 가지 않고 전해철 의원이 갈 것이다. 오늘(8일) 면담에 참여한 분들 중엔 제 설명을 이해하시는 분도 있었다."

- 가족들이 이번 여야합의를 결국 수용할 것이라고 판단하시나.
"그건 잘 모르겠다. (유족들이) 반대하면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 만약 가족대책위가 이 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것까지 지금 대답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 당초 새정치민주연합은 특검 추천권을 요구하지 않았나?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말했기 때문에, 여당 대표가 그렇게 말하는데, 우리가 못 받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라는 기본방침에 의해서 (특검 추천 권한을)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김무성 대표가 말을 바꾼 거다. 자신이 한 말을 없던 걸로 하자는 게 김 대표의 캐릭터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법과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걸 합의해주겠다고 했다. 그 모든 범위에서 우리는 진상조사위의 조사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협상을 했다. 그래서 청문회와 자료제출에 따른 동행명령권을 협상하게 된 거다."

- 그렇다면 지금 굳이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할 이유가 있었나?
"지금 협상을 안 하면…, 교황이 왔다 가면 추석이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걸 지렛대로 협상을 할 수 있겠나.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패키지로 협상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무슨 카드가 있나?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 유가족 추천을 2명으로 하려고 했다. 지난 협상 때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걸 문제 삼았다.

상설특검법은 제가 법제사법위원장에 있을 때 만든 법이다. 상설특검을 추천하는 요건은 국회 여야 2명씩 4인,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차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한다. 사실상 국회에서 4명이 합의가 안 되면 특검을 추천할 수 없다. 최소한 중립적 인사를 할 수 있는 담보가 된다. 정권을 누가 잡게 되든지 중립적 인사가 들어 올 수 있게 한 법이다. 이걸 바탕으로 보면, 진상조사위 구성요건이 수사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인터뷰②] "야당의원 검찰조사 때문에 거래? 그건 아니다"

#박영선 위원장

AD

AD

AD

인기기사

  1. 1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2. 2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3. 3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4. 4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5. 5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