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바다 그리고 설악산을 한눈에 즐기는 법

[강원도 구석구석] 속초 여행의 숨은 매력 청초호를 아시나요

등록 2014.09.27 15:33수정 2014.10.0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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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방파제 쪽에서 바라본 설악대교. ⓒ 성낙선


속초 청초호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호수도 드물다. 청초호는 호숫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줄 때도 있고, 때로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줄 때도 있다. 물가에 기다란 수초가 자라고, 수면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걸로 봐서는 영락없는 호수다. 그 호숫가 한편에 민물이 있는 곳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철새들이 터를 잡고 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호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청초호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청초호는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부두가 나타나고 그 부둣가에 집채만 한 어선들이 닻을 내린 채 떼를 지어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또 이곳이 의심할 여지없이, 바닷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항구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에는 소규모 조선소도 있다. 조선소에서는 고장이 난 선박들을 정비하는 기계음이 요란하다. 부둣가에서는 또 비릿한 갯내가 코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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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설악대교 밑에서 바라다본 풍경. ⓒ 성낙선


그런 이유로 청초호에서는 여느 호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속초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시간을 내서 일부러 청초호를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속초 해변'처럼 청초호 주변에 있는 다른 여행지들을 찾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심지어 청초호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아바이마을'과 '갯배선착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조차 청초호를 건너뛰고 그냥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모두 청초호를 잘 모르는 탓이다. 청초호는 청초호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풍경을 간직한 만큼, 청초호를 감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청초호를 여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산책'이다. 호숫가를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청초호를 감상할 수 있다. 호수 서쪽과 남쪽에 공원과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 그곳에 산책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청초호 산책의 백미는 호수 동쪽에 있다.

호숫가에 서서 바라보는 거대한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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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지나 청초호 안으로 들어가는 어선들. ⓒ 성낙선


청초호 동쪽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부두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그런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부둣가에 서서 바라보면, 호수 너머로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초호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설악산이 마치 망원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설악산의 거대한 위용 때문일 것이다. 설악산 산줄기가 청초호 주변 낮은 세상을 압도한다.

그처럼 거대한 풍경 한가운데 '울산바위'가 우뚝 서 있는 광경도 꽤 인상적이다. 한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 청초호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처럼 아름다운 풍경도 없다. 온통 눈을 덮어 쓴 새하얀 산이 그 밑으로 검은 빛을 띠고 있는 호수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묘한 풍경이다. 산은 검은 호수 위로 더욱 더 새하얀 빛을 띠게 되고, 호수는 그 하얀 산 아래로 더욱 더 검은 빛을 띠게 된다. 그 처연한 광경이 몹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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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대교 위에서 내려다본 아바이마을. ⓒ 성낙선


청초호 호수 둘레는 약 5km.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산책을 하기에 딱 적당한 거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바이마을을 들러 갯배까지 타려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긴 거리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게 피곤하다 생각하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청초호 유원지 부근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다. 청초호에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다.

동쪽 부둣가 끝에 설악대교가 놓여 있다. 이 다리는 청초호가 바다로 연결되는 구간에 설치돼 있다. 이 다리 아래로 청초호를 항구로 이용하는 고깃배와 낚싯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 설악대교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청초호는 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다. 이 다리 위에 서면, 한쪽으로는 호수와 산이, 그리고 다른 한쪽으로는 짙푸른 동해가 내려다보인다. 청초호를 여행하는 데 이 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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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성업' 중인 아바이마을 갯배. ⓒ 성낙선


동쪽 부둣가 끝 다리 밑에, 설악대교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설악대교를 걸어서 올라가는 게 불편하면,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이 다리를 넘어가면, 속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꼭 들러서 가는 갯배 선착장이 나온다. 선착장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사람들이 이곳을 유독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이곳에 속초를 대표하는 토속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까닭도 있다.

청대산에서 내려다본 청초호, 눈을 뗄 수가 없어

청초호를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등산'이 있다. 청초호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 떨어진 지점에 속초시가 속초 8경 중 하나로 꼽는 '청대산'이 있다. 청대산은 상당히 낮은 산에 속한다. 산 높이가 해발 230m에 불과하다. 산에 푸른 소나무가 무성해 청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이름의 연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2004년 바닷가 쪽 사면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상당수 나무들이 불에 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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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산 등산로, 그 너머로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성낙선


청대산은 산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그다지 봐줄 만한 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속초시가 청대산을 여전히 속초 8경 중 하나로 꼽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청대산에서 바라다보는 설악산과 바닷가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동쪽으로는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 울산바위가 바라다 보인다. 청대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청초호는 설악대교 위에 서서 바라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 풍경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

청대산에서는 내려다보는 청초호 주변의 야경도 상당히 멋진 풍경 중에 하나다. 청대산은  높이가 낮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산이다. 정상까지 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등산로에서 겪는 고통은 잠깐이다. 청대산 정상에 팔각정이 있다. 그 정자 위에서 맞는 바람이 매우 시원하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풍경 또한 바닷바람 만큼이나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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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대산에서 내려다본 청초호. ⓒ 성낙선


청초호는 다채로운 멋을 간직한 곳이다.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청초호는 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서, 그때마다 또 다른 풍경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크게 마음먹고 청초호까지 찾아가서는 엑스포타워가 서 있는 청초호유원지 주변만 맴돌다 오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청초호가 간직한 숱한 아름다움 중에 극히 일부분만을 보고 온 사실을 알지 못한다.
#청초호 #청대산 #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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