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생활하다 산골로 귀촌한 20대 산골처녀 유라 씨가 산나물을 비롯한 청송의 농산물을 소개하고 판로를 개척하기 만든 '산나물 레시피 박스'를 들보이고 있다.
'산나물 레시피 박스'는 청송에서 나는 쌀과 산나물, 고춧가루와 간장 등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설명서가 함께 동봉되어 배달된다.
유성호
유라는 농촌에서의 삶을 동경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사무직, 서비스직으로 일했다. 월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벌었다. 욕심이 생겨서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했다. 삼성전자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을 검사하는 공장이었다. 하루 12시간 교대 근무에 월급 250만 원을 받았다.
기계적인 일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돈은 전보다 더 벌었지만 그만큼 씀씀이도 커졌다. 소비와 노동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구조 속의 자신이 지긋지긋했다. 휴가를 내고 경북 봉화에 있는 지인 집에 갔다. 집 인근의 산에 들어가서 산나물, 산딸기를 땄다. 그곳에서 유라는 삶의 새로운 목표를 발견했다.
"푸릇푸릇한 것들이 살아 있었어요. 신기했어요. 그리고 몸을 움직일수록, 더 부지런하게 움직일수록 제게 주어지는 것들이 더 많아졌어요. 그전에는 몰랐는데, '이런 재미가 있구나'하고 깨달았죠. 내가 가진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2012년 3월,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경북 봉화로 귀촌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일거리를 찾아 시골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생해서 수확한 농산물이 농협이나 도매상에 헐값에 넘겨지는 것을 눈여겨보게 됐다. 노인들이 노고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라는 판로를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프리마켓인 '농부의 시장'에 나가 봉화에서 난 물건을 팔기로 한 것이다. 고추장, 건표고버섯, 상추, 잡곡 70만 원 어치를 사서 2012년 5월 첫 번째 열린 시장에 나갔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완판'을 한 것이다. 그 뒤로 서울 마포구 '늘장'에서 '산골 처녀 유라'라는 간판을 달고 농산물을 팔았다. 1년 넘게 장사를 하다가 시장을 접었다. 서울에서의 삶이 팍팍했기 때문이다.
[두루] 지역에 골고루 쓰이는 삶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