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고생의 붙임쪽지광화문 집회현장 부근에서 세 명의 여고생이 경찰차벽에 붙인 붙임쪽지.
이승훈
"몇몇 어른들이 그런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공부나 해.' 몇몇 친구들도 그런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수능이 중요하지.'""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이건 비단 세월호에 국환되는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에 관한 문제다.""내가 역사를 배우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 배웠는데, 이제는 교과서가 의심스럽다." "나는 뭣도 모르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다. 이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글이 빼곡하게 적힌 붙임쪽지는 거대한 차벽에 비해 너무나 작았다. '후' 불면 떨어질 듯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녀들이 남긴 메시지를 꼼꼼히 훑었다. 저마다 핸드폰 사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이 쪽지를 남기던 시간(오후 10시 5분), 그로부터 약 2시간 뒤면 4월 19일이었다. 젊은 사자들이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던 날이다. "어머니,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라는 편지를 남기고 나간 깻잎머리 여중생이 지는 꽃잎이 돼 되돌아온 '4·19혁명의 날'이었다.
무엇이 그녀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의심하도록 만들었을까. 55년이 흐른 2015년 4월 18일 밤, 왜 1960년 추운 봄날을 떠올리게 했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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