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가시연습지하늘에서 바라본 경포가시연습지. 경포호의 배후습지로 되살아났다.
강릉시
강릉의 경포도 개발론에서 비껴갈 수는 없었다. 습지 일대의 비옥한 땅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식량을 내주었고, 이는 습지를 갈아엎는 본격적인 농지개발로 이어졌다. 이때부터 경포호는 빠르게 매몰되어 1920년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경포천과 안현천의 물길을 막아 놓았다. 뒤이어 경호교에 보를 설치해 물을 가두었다. 호수의 매몰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이는 곧바로 경포호의 수질 악화로 이어졌다.
주변의 습지를 잃고 바닷물과 민물이 드나들던 고유의 생태계 순환 고리가 끊어지자 물은 썩어가기 시작했다. 악취와 오물로 뒤덮인 경포호에서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보는 건 흔한 일었다. 중장비를 동원해 썩은 호수 바닥을 긁어내고, 오물을 건져내는 작업을 수년간 반복했지만 호수는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경포호 일대에 대한 개발론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꺾이고 만다. 시민과 지역 전문가, 지방 정부 등이 참여해 '경포습지복원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경포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복원을 택한 것이다.
먼저 호수와 바다를 가로막았던 경호교 보를 뜯어냈다. 호수로 바닷물이 다시 넘나들자 수질 환경이 되살아났다. 민물 유입이 거의 없는 석호지만 바닷물만으로도 경포호에 다시 물고기가 펄떡였고, 악취가 사라졌다. 연이어 강릉은 경포호 주변의 배후 습지를 살리는 데 힘을 쏟는다.
경포호와 맞붙어 있던 양어장을 비롯해 주변의 개간된 농경지를 매입해 경포수질정화습지(2007년), 경포습지생태원(2009년), 경포가시연습지(2012년)를 복원하여 경포 일대의 습지 환경을 자연에 가깝게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욕심과 근시안적인 복구정책에 휘둘려왔던 생명의 땅, 경포습지가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경포의 희망으로 솟아오른 가시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