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김종인 패권', 더민주 정통성 위협

[총선 게릴라칼럼] '이해할 수 없는' 공천 방식이 불러온 더민주의 위기

등록 2016.03.18 08:08수정 2016.03.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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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패권(Hegemony)은 한 집단에 대해 개인이나 다른 집단이 가지는 일종의 정치적 권력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렇기 때문에 "패권을 가지고 있다"란 말은 곧 "(꽤 압도적인) 정치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권력이든 신생 권력이든, 패권을 쥐고 있다면 적어도 그 집단 내의 구성원들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패권주의(Hegemonism)는 그러한 패권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이나 집단들 위에 군림하려는 사상이나 태도를 말한다. 이러한 뜻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나 '영남 패권주의' 같은 말에 자주 사용되어 온 개념이다.

초식을 알 수 없는 김종인의 공천검법(劍法)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권우성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를 보고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속담이다. 사실 따지는 것이 별로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굴러온 돌'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대표는 '박힌 돌'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로 인해 발생할 수 있었던 당내 권력의 진공 상태를 재빠르게 휘어잡았다.

그리고는 4월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이종걸과 박영선이라는 '원투펀치'와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바탕으로 당내의 패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이 손에 쥔 공천권을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사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공천권이 휘둘러지는 궤적과 흐름들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무술에 비유하자면 치면 도저히 초식을 알 수 없는 검법이다

이른바 '당 대포'라 불리던 정청래 의원을 시작으로,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 그리고 이미경 의원을 비롯한 당의 중진, 다선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중에는 이해찬 의원처럼 탈당한 사람도 있고 정청래 의원처럼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들도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민주당이 그 공백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베테랑 의원들이 탈락한 자리에 이종걸이나 박영선이 자기 사람을 공천한다더라"하는 괴담만 돌고 있을 뿐, 아무도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칼을 휘두른 지도부마저도 말이다.


원칙은 없고 의혹만 가득한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선출과정

 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경선에 출마한 최유진 후보(오른쪽 파란 옷)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후보는 당 비례대표 후보추천TF 관계자로부터 후보 접수 서류 내용을 조언받았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
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경선에 출마한 최유진 후보(오른쪽 파란 옷)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후보는 당 비례대표 후보추천TF 관계자로부터 후보 접수 서류 내용을 조언받았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권우성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 공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단 정청래나 이해찬 등을 비롯한 베테랑 의원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기존에는 좋은 평가를 얻었던 '청년 비례대표' 또한 큰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먼저 18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홍창선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김규완 후보자의 자격이 박탈되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우리당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 성향이 다른 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김규완 후보자는 '컷오프'된 것이다. 이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자의적 컷오프' 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한데, 왜냐하면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는 이유 말고는 그의 탈락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단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 만일 이유가 그것뿐이라면 그것은 탈락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84년 말 전두환 정권의 해금조치로 인해 풀려난 민주화 인사들과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주당계 정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신한민주당(신민당)은 85년 2월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런데 신민당은 근본적으로 이념정당이 아니라 중도 유권자들까지 잡기 위한 '포괄정당(Catch-All-Party)' 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 덕에 87년 6월에 타협을 통하긴 했지만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히 포괄정당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 중요한 당직도 아닌 경력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도리어 이율배반이다. 양비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김종인 대표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 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사태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 외에도 많았다. 바로 관련 당직자가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에게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는 등 사실상 '과외'를 해 줬다는 의혹이 녹취록과 함께 터져 나온 것이다. 청년비례대표 후보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4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관리위 소속의 한 국장급 당직자가 최유진 예비후보를 만나 공천관리위에 제출해야 할 자기소개서와 정책안 등에 대한 첨삭을 비롯해 사실상의 족집게 과외를 해 주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그리고 공개된 녹취록에 의하면 둘이 만난 자리에서 나온 해당 당직자의 발언들은 최 후보자의 정책안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 정황 또한 포착되었다. 공천 심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최유진 후보는 결국 16일 오후 사퇴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 후보의 아버지인 최병모 변호사가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당의 '실세' 들과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일종의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 박영선 의원의 '백' 등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유진 후보 본인은 그러한 의혹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으나 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22명 중 13명은 일말의 자기소개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디자이너 출신의 김빈 후보자를 비롯해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의 후보자들이 참여한 공개면접도 한 사람당 채 5분도 안 되어서 종료되었다.

면접이 종료된 후 3시간이 되기도 전에 최종 후보자 4명이 탈락자들에겐 일말의 공지도 하지 않은 채 결정, 공지되었다. 그래서 안팎에서 "내정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불거졌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그 와중에 청년비례대표 경선 참여자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 최유진 후보자와 연관된 해당 당직자의 업무 중단과 당 차원의 징계, 공정한 공천 재심사 등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16일에 열었고, 이들의 주장과 같거나 비슷한 주장들이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만 39세의 청년은, 청년과 공감할 수 있을까?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던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던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남소연

청년비례대표는 젊은 정치신인을 발굴하겠다는 취지임이 분명할 것이다. 저번 총선에서만 봐도 청년비례로 장하나 의원과 김광진 의원 등 능력 있는 정치신인들이 등장했고, 각자 활동의 영역과 당에서의 입지를 성공적으로 넓혀갔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도 그 효과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공천심사에서는 청년비례대표 응모 접수비부터 100만 원을 받아서 정치 진출 장벽을 높였고, 심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시켜 큰 내홍을 치르고 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저들이 나와 같은 청년이 맞는가?" 혹은 "저들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가?" 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기 쉽다. 그리고 청년비례대표의 대상인 '청년'을 만 39세까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저들을 청년이라 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심지어 20대 후반에게도 열 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이들을 '청년'으로 부른다는 것은 분명 어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청년'의 상한이 높다면 민주당 측에서 찾는 참신한 정치신인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청년들과 비슷한 고민을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거나, 참신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구태의연한 후보자가 '청년'의 이름을 달고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한 이들은 청년이 아니고, 그들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것은 청년비례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청년'을 대상화하고 이미지로써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세대라 부르기도 민망하고 취업이나 독립, 연애나 결혼 등 실제 청년층이 많이 하는 고민에 대개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붕괴하는 더불어민주당, 당내의 민주적 정통성은 어디로

 총선유니폼을 입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총선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설치된 당로고 포토존앞을 지나고 있다.
총선유니폼을 입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서 열린 총선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설치된 당로고 포토존앞을 지나고 있다.권우성

정치학에는 '정통성(Legitimacy)'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권위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그렇지 않은 이들로 하여금 인정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역사적으로 정통성을 갖추지 못한 정부나 권력은 대개 붕괴되거나 전복되기 마련이었다.

정통성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용어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절차에 의한 정통성'은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권위가 정통성을 얻는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는 그러한 정통성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등 지도부의 패권주의적 태도만 눈에 선하게 보이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공천 과정의 절차를 알 수 없고, 많은 구성원들이 공천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닥친 이번 위기는 꽤 심각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정당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구성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타협에 의한 미완의 민주화였지만 1987년 6.29선언을 통해 정치 체제를 신군부의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주의로 이행시키는 데 성공하며, 어찌 되었든 민주주의 정당으로서의 정통성을 쌓아온 결과물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런데 그 유산을 스스로 무너트리려고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위기를 현명하고 민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금 현상유지에만 급급하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꽤 오랜 기간 여당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역사와 시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려 한다는 것은 결국 조금씩 뒤로 퇴보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비례대표 #공천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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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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