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 경선에 출마한 최유진 후보(오른쪽 파란 옷)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의사당앞에 열린 정당 로고송 '더더더' 뮤직비디오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 후보는 당 비례대표 후보추천TF 관계자로부터 후보 접수 서류 내용을 조언받았다는 등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6일 자진 사퇴했다.
권우성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 공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단 정청래나 이해찬 등을 비롯한 베테랑 의원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기존에는 좋은 평가를 얻었던 '청년 비례대표' 또한 큰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먼저 18대,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홍창선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김규완 후보자의 자격이 박탈되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우리당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 성향이 다른 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김규완 후보자는 '컷오프'된 것이다. 이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자의적 컷오프' 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한데, 왜냐하면 새누리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는 이유 말고는 그의 탈락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단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 만일 이유가 그것뿐이라면 그것은 탈락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84년 말 전두환 정권의 해금조치로 인해 풀려난 민주화 인사들과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민주당계 정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신한민주당(신민당)은 85년 2월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런데 신민당은 근본적으로 이념정당이 아니라 중도 유권자들까지 잡기 위한 '포괄정당(Catch-All-Party)' 적인 성격이 강했고, 그 덕에 87년 6월에 타협을 통하긴 했지만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여전히 포괄정당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 중요한 당직도 아닌 경력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도리어 이율배반이다. 양비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김종인 대표가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 출신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사태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 외에도 많았다. 바로 관련 당직자가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에게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는 등 사실상 '과외'를 해 줬다는 의혹이 녹취록과 함께 터져 나온 것이다. 청년비례대표 후보 신청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4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관리위 소속의 한 국장급 당직자가 최유진 예비후보를 만나 공천관리위에 제출해야 할 자기소개서와 정책안 등에 대한 첨삭을 비롯해 사실상의 족집게 과외를 해 주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
그리고 공개된 녹취록에 의하면 둘이 만난 자리에서 나온 해당 당직자의 발언들은 최 후보자의 정책안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 정황 또한 포착되었다. 공천 심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최유진 후보는 결국 16일 오후 사퇴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 후보의 아버지인 최병모 변호사가 박영선 의원을 비롯한 당의 '실세' 들과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일종의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 박영선 의원의 '백' 등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유진 후보 본인은 그러한 의혹에 대해선 부정하고 있으나 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자 22명 중 13명은 일말의 자기소개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디자이너 출신의 김빈 후보자를 비롯해 서류심사를 통과한 9명의 후보자들이 참여한 공개면접도 한 사람당 채 5분도 안 되어서 종료되었다.
면접이 종료된 후 3시간이 되기도 전에 최종 후보자 4명이 탈락자들에겐 일말의 공지도 하지 않은 채 결정, 공지되었다. 그래서 안팎에서 "내정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불거졌고, 현재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경선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그 와중에 청년비례대표 경선 참여자들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 최유진 후보자와 연관된 해당 당직자의 업무 중단과 당 차원의 징계, 공정한 공천 재심사 등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16일에 열었고, 이들의 주장과 같거나 비슷한 주장들이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만 39세의 청년은, 청년과 공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