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살짝 부쳐서 올려 본다. 김치도 하나하나 담가서 함께 밥상에 오른다. 때 맞추어 김치 담기도 바쁘다.
최종규
저는 집에서 '밥 짓는 사내'로 삽니다. 밥을 손수 지어서 아이들한테 열 해째 먹이는 살림을 꾸리는데, 이러는 동안 늘 '밥말'을 들려줍니다. '밥말'이란 밥하고 얽힌 말이나 이름입니다. 부침개를 할 적에 '부침개'가 뭔지 알려주고, '부침(부치다)'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지짐(지지다)'를 알려줍니다. 또 '볶음(볶다)'을 알려주며, '무침(무치다)'이나 '데침(데치다)'이나 '버무림(버무리다)'을 알려주지요.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낱말을 알려줄 적에는 저 스스로 새롭게 배우기도 합니다. 고기를 삶기도 하고 볶기도 하고 끓이기도 하면서, 또 그냥 '익힐' 적하고 '데울' 적에 왜 이렇게 달리 말을 하는가를 알려주며 이때에도 저 스스로 새롭게 말을 배워요.
밥을 짓거나 살림을 꾸리면서 이런 이름 저런 말을 그냥 쓰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하는 '집밖일'은 한국말사전을 새롭게 엮는 일이에요.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잘 안 먹지만 더러 고기를 볶거나 지지는데요, 아이들이 당근을 워낙 좋아해서 '당근닭볶음'이나 '당근돼지볶음'이나 '당근소볶음'이나 '당근오리볶음'을 곧잘 합니다. 당근을 고기보다 더 많이 넣어서 볶기 때문에, '당근'이라는 낱말을 '밥이름'에 넣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