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론 참석한 문재인 후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25일 JTBC가 주최한 대선후보 TV 토론에서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군대 내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자 문 후보는 이에 즉각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한 토론 말미에 홍 후보가 다시 한 번 동성애에 대해 묻겠다고 나서자 문재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는 아리송한 답변을 남겼다. 한 마디로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토론 방송에서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놓고 찬반을 문답하는 혐오 발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보수 정당 후보이자 스스로의 성범죄 공모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홍준표야 애초에 기대할 것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그런 답변을 하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리 놀라워 할 일은 아니다. 보수 개신교계가 차별금지법 반대와 성소수자 혐오 활동을 중심으로 정치에 개입하고자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정치권에서 이런 식의 압박에 굴복한 사례는 이미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초반부터 이들을 안심시키고자 노력해왔으며 문재인 후보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되기 이전에 보수 교계 연합 기구 대표들을 만나 동성혼 허용과 차별금지법의 추가적인 입법은 없을 것이라 못을 박았다. 또한 같은 당의 김진표 의원 역시도 20일 보수 개신교계가 주최한 정책 발표회에 참여해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 제정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국민 과반에 가까운 지지 받는 후보의 발언 아마 후보 본인의 결단이나 선거 캠프 내부의 문제 의식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이나 지금이나 국민의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후보다. 여기에 대선 후보 토론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JTBC의 경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할 정도로 이번 선거를 향한 사람들의 이목은 크게 집중되어 있다. 말하자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현재 매우 큰 영향력이 부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공공연하게 성소수자를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이들을 법에 저촉되는 존재처럼 이야기 한다?
이는 결국 혐오 발화나 행위가 대통령 후보자처럼 강한 윤리성을 요구받는 사람이 해도 괜찮을 만큼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높다. 즉 혐오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농담 같은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혐오 범죄들을 떠올려 보라.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또한 문재인 후보가 매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는 점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동네 이장 투표를 하는 게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 즉 행정부 최고 수반을 뽑는 선거를 하고 있다. 즉 문 후보가 성소수자에 대해 보인 인식은 그가 꾸릴 정부의 정책과 입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더불어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의 당선과 함께 여당이자 원내 제 1당이 된다. 입법이라고 여기서 자유롭겠는가. 물론 안정적인 정권 교체를 이룬 후 문 후보의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바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만큼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를 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는 것 또한 불투명한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혐오 세력을 수용하는 선거 전략이 치르는 대가다. 성소수자의 삶 자체 말이다.
차별금지법은 참여정부의 입법 과제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