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본부 회담·생중계로 대외개방 의지 드러냈다

[남북정상회담 평양] 김정은 4.27 이어 '겸손 모드'...회담은 비핵화에 집중한듯

등록 2018.09.18 23:47수정 2018.09.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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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청사 입장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청사 입장하는 남-북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입장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오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18일 오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첫째날 북측이 보여준 몇가지 파격은 '대외개방 의지'로 요약할 수 있다. 또 첫째날 정상회담에서는 철저히 비핵화조치와 종전선언의 교환방안에 대한 논의만 이뤄진 걸로 관측된다.

18일 평양회담이 앞선 남북정상회담과 다분히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정상회담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다는 점, 전부는 아니지만 주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녹화중계됐고, 회담 장소도 백화원영빈관이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한 일정을 생중계한 것은 과거처럼 잘 짜여진 각도와 각본, 편집을 거쳐 공개된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며 "체제의 문을 연다는 의미로 자신있다,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북한체제의 기존 속성상 정제되고 감추려는 부분이 많았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이미지를 떨쳐내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평양회담을 통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가 대외에 공개된 것을 북측이 보여준 최대의 파격으로 꼽았다. 고 교수는 "노동당 중앙 청사는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은밀한 혁명의 근거지'이자 심장부이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근무하는 곳이기도 한데 그걸 외부에 공개했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사열 받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군 의장대 사열 받고 있다.
북한군 사열 받는 문재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북한군 의장대 사열 받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국제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예포 21발을 쏘고 인민군이 문재인 대통령을 각하로 호칭하면서 분열을 펼친 건 국제 관례로 보아도 수교국 국빈 맞이에 해당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고 예우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이 결국은 통일이라는 목표보다는 남북한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닌가 한다"며 "북측이 '두 개의 조선'을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형상화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엔 백화원영빈관에 문 대통령 부부를 안내하면서 "오늘 비록 수준은 낮을 수 있어도 최대의 성의를 다했다.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라면서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가 낮은 자세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모양새는 현재 '불량국가'로 인식돼 있는 북한과 '인권탄압을 일삼는 독재자'라는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첫날 회담 주제는 비핵화에 집중한듯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훈 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훈 국정원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회담 첫날 정상간 회담 논의 주제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2시간여 동안 남북 정상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문제, 즉 북측은 어떤 비핵화조치를 할 것이며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재개해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논의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마리는 양측의 배석자다. 남측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북측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다. 서훈 원장과 김영철 부장은 3차례의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또 이번 평양회담의 논의 내용을 미국에 전달할 임무를 갖고 있다. 김영철 부장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왔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짧은 기간 동안 세번째로 만난만큼 거추장스런 절차는 생략하고 곧바로 당면한 비핵화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합의가 이뤄졌다면 다음날 군사적 긴장완화 의제와 이산가족 상봉 전면적 확대 등의 논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특별취재팀]
취재 : 안홍기(팀장), 구영식 김도균 신나리
사진 : 권우성, 이희훈
오마이TV : 이승훈 김종훈 정교진 김혜주
편집 : 박수원, 박혜경, 김지현, 김예지

 
#평양회담 #남북정상회담 #노동당본부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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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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