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2만4259명 중 1만160명(41.9%)이 20~30대였다. 40~50대 피해자 1만1885명(49.0%)과 근소한 차이고, 60~70대 이상 피해자 2214명(9.1%)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은 크게 기관사칭형과 대출사기형으로 나뉘는데, 특히 기관사칭형의 경우 20대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씨의 사례가 전형적인 기관사칭형 피해다. 2017년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총 5685명인데 이 중 3524명(62.0%)이 20대였다. 30대 591명, 40대 261명, 50대 290명, 60대 387명, 70대 이상 321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치다.
젊은층의 피해는 보이스피싱 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엔 채용공고 지원 후 통장 등 개인정보를 양도해 자신도 모르게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되는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들어진 대포통장 중 47.2%(1만2587건)가 20~30대 명의 통장이었다. 취업난에 놓인 젊은층의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하는 것이다.
수법이 더 진화하면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돼 있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래는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일부 사례다.
"취업준비생 B씨는 온라인 취업카페를 통해 구직활동을 하던 중 '비트코인 거래소'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고액 알바 모직 광고를 발견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B씨에게 "코인 거래자를 만나 서류에 서명을 받고 현금을 받아오면 된다"고 지시했고 B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현금 전달업무를 수행했다. 알고보니 코인거래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였고 B씨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한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사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구직자 C씨는 '중고차 구매대행업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부터 알바생을 모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취직했다. C씨는 본인 통장으로 입금된 중고차 구매대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회사에 전달만 하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시키는 대로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중고차 구매대금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금이었고 C씨의 계좌는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것이었다. 결국 C씨는 보이스피싱 인출·전달책 및 대포통장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보이스피싱 말단 조직원(현금인출책, 콜센터 상담원)의 경우 20~30대가 상당수다. 검거되는 이들 역시 말단 조직원이 대부분이라 20~30대 보이스피싱 전과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SNS 등에서 '고수익 알바' 공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다. 처음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인지한 채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고, 나중에서야 범죄임을 인지하고도 고수익 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범행을 이어가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역대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했는데, 조직원 대부분이 20~30대였다. 당시 검찰은 "조직원 상당수는 20~30대 청년들로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던 중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했다"라며 "월 1000만 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며 범행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발표했다.
"전과는커녕 경찰서 가본 적도 없는 사람들 끌어들여 범죄자로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