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알릴레오
"하노이 회담 결렬 소식을 아베가 좋아합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던 걸까. 합의문 발표에 실패한 '하노이 회담'의 경과와 전망을 되짚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화가 난다"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반응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난 2일 자정 재단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9화를 통해서였다. 그러한 불쾌감이 비단 일본에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삼일절에 녹화했다는 9화에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출연, '하노이 회담' 결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유 이사장은 "이 국면의 '키맨'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본다"며 "북한이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이 떨치고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한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결렬'이란 단어조차 꺼렸던 유 이사장의 일본을 향한 불만은 이야기 말미에서 나왔다. 이 전 장관과 김 의원의 분석을 정리하던 유 이사장은 "이번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의 아베 총리 아니었나"며 "각료들도 희색이 만면해서 다 잘 됐다 그러고. 삼일절 날 그 장면을 보니까 되게 화가 나더라"고 말했다.
애초 2차 북미 회담과 관련 북한의 제재 완화에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일본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내놓은 반응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유 이사장. 그런 일본의 반응을 전한 이는 또 있었다. 회담이 결렬된 지난 28일,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역시 일본 정부의 반응을 전하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본인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서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본인 것 같습니다. 회담 결과를 일단 표면적으로 반기고 있으니까요. 아베 일본 총리는 북미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서 '미국이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어떤 얘기까지 나왔느냐면,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no deal, 즉 결렬된 것이 차라리 낫다 이런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즉 외교 당국자가 아닌 총리가 직접 나서서 협상 결렬을 반색하고 나선 것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단이라면서 일본은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반긴 일본, 그리고...
유시민 이사장의 비판은 일본에 그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마음이 아프다"고까지 표현한 세력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일부 언론을 포함해 회담 결렬을 두고 일본과 엇비슷한 반응을 쏟아낸 이들 말이다. 유 이사장이 꼭 집어 지칭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능할 만한 '워딩'은 이랬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또는 북한 인민들 중에서 이 회담 결렬을 기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 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게 아무리 우리가 민족주의가 문명의 대세는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국가 단위로 살아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이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
김종대 의원도 이에 "일부 언론도"라고 맞장구를 쳤고, 이에 유 이사장은 "참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앞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역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시 한국 기자가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할 의사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기자의 소속은 채널A였고, 그의 질문은 실제로 이랬다.
"북한 지도자가 언제 또 회담장에 나와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서 북한이 더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압박할 생각이 있나."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답이 걸작이었다. "그건 답하고 싶지 않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강력한 제제가 있기에 더 필요하다 생각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놀라운 답이 아닐 수 없었다. 수십 년간 적국이었던 북한 '인민'들의 (인권이 아닌) 생계를 염려하는 미 대통령이라니.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김 위원장과 더 좋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그들도 그들의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회견이 전 세계에 동시에 생중계된 직후,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해당 질문을 한 기자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뉘앙스와 차후 3차 회담에 대한 희망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회견장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질문을 한 기자가 한국 특파원이었다는 사실에, "이 일을 두고 기뻐하는 심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요"라던 유 이사장의 입장과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한 술 더 떠, <동아일보>는 특파원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긴장시켰"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 1일자 <'아이돌급 외모'로 인기… 트럼프에 돌직구 질문> 제목의 지면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동아미디어그룹 기자들의 활약이 화제였다"며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 특파원과 "'아이돌급' 외모로 종횡무진 취재 현장을 누벼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는 백승우 채널A 기자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이례적인 이 자사 기자 홍보 기사에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지난 2일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이런 북미정상회담 기사는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비꼬기도 했다.
"마음 아프다"던 유시민 이사장, 그럴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