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분양가상한제 개편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가아파트만 규제, 이번엔 9억 미만 아파트 급등
대책이 나오자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9억 미만 아파트는 9억 원을 향해서 쭉 올라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9억 미만 아파트에 대해 투기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번엔 경기 수원과 용인 등지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경기 수원 아파트 가격은 전년 1월에 비해 1.69% 올랐습니다.
경기 과천은 0.97%, 성남도 0.85% 상승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평균 0.3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당시 경기 수원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원 아파트도 내후년이면 10억 돌파한다"는 장담을 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시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2월 20일 경기 수원 등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제한을 실시한다는 '핀셋'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쪽 튀어나오면 이쪽 잡고, 저쪽 튀어나오면 저쪽 잡고, 마치 두더쥐 게임 같지 않나요? 확실한 건 지금까지의 '핀셋 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되물어봐야 합니다. 왜 서울 아파트값이 이렇게 올랐을까요? '부동산이 돈 될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핀셋 규제가 반복되면서 "사두면 어쨌든 부동산은 돈이 된다"는 것이 증명됐고, 투기꾼들 사이에선 '믿음'처럼 굳어져버렸습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는 웬만한 대기업 주식보다 확실한 투자처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투기 자본이 계속 몰려들고, 높은 호가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는 것입니다. 연이은 '핀셋 대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부의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허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내놓은 2.20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업자들은 "장기적으로 효과 없을 것"이라고 비웃습니다.
지금 정부는 투기꾼들에게 전혀 단호하지 못합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핀셋' 대책으로 투기꾼들이 빠져나갈 통로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시행을 미루고, 시행 예정지역은 공개하면서 말입니다. 보수언론들은 시행도 되지 않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맹공을 퍼붓습니다.
집값 잡겠다며 다주택자에 온갖 혜택
다주택자들이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임대주택 누리집(
www.renthome.go.kr)까지 따로 만들어, 이런 내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렸고, 앞으로도 추가 인상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부동산에 투기꾼들이 몰린다는 것은 벌써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을 누구보다 정부 관료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집값을 못잡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못잡는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정책으로 집값을 잡았던 명확한 과거가 있습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되던 시절인 2009~2014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 또는 안정세였습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7년 3.3㎡당 3157만 원이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되자 2008년에는 3.3㎡당 3127만 원으로 하락하고, 2009년에는 2899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2014년 3.3㎡당 2720만 원까지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 이후 급등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