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남소연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면서, 공무원인 친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번 추경에 대해 한마디로 "관료가 관료해 버린 것"이라고 했다.
나쁜 의미로만 한 말이 아니다. 좋은 의미도 있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자원, 국가 채무 수준, 추경 집행의 행정적 절차와 한계, 정치권의 추경 심사 과정 등 모든 것을 관료적으로 고려해 짧은 시간 안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료적으로' 할 수 있는 일만 찾다보니 빈 구멍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생계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1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추경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일들은 정책적 한계를 이유로 빠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 심사를 하는 국회에서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이게 최선'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이었다.
관료들은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수준에서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안을 국회에 가져왔다. 그들에게 왜 이 시국에 필요한 과감한 대책,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봐야 입만 아프다.
이젠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시간이다. 추경 편성 때까지가 관료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정치의 시간이다. 정치의 역할은 우리 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차곡차곡 국회에 쌓이고 있다.
전체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어렵다면 지원 계층과 지역을 좁혀서라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지원을 강화하자는 제안조차 받아내지 못한다면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여야 모두 정치가 위기에 빠진 개인의 삶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직접 체험하게 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총선이 코앞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유능한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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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가 관료해 버린" 코로나 추경, 이게 정말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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