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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507화

17세 소년의 죽음... 코로나 의료 파행 어서 끝나길

입원 어려운 상황이 낳은 비극, 살얼음판 진료하는 의사도 괴롭다

등록 2020.03.19 14:59수정 2020.03.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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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 백병원을 방문한 40대 여성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역학조사가 진행돼 해당 병원의 응급실이 19일 임시 폐쇄됐다. 2020.2.19
부산 해운대 백병원을 방문한 40대 여성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역학조사가 진행돼 해당 병원의 응급실이 19일 임시 폐쇄됐다. 2020.2.19연합뉴스
 
대구에서 17세 청소년이 사망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2일 저녁 체온 41.5도 선별진료소가 닫아 해열제·항생제만 처방받고 귀가
- 13일 아침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와 폐 X선 촬영. 폐에 염증 확인 후 귀가. 증상 악화
- 13일 오후 상태가 심각하다며 3차 병원 전원
- 18일 사망

12일 저녁 고열로 병원 내원

밤에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생기면 현재 갈 곳이 없다. 전국 500개 응급실 중 고열, 호흡기 증상 환자를 보는 곳은 수십 개도 안 된다. 거의 모든 응급실에서 코로나19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접수 자체를 받지 않는다. 모든 의사들이 병원만큼은 절대 뚫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다.

야간에 고열로 진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 생명이 위급한 상태에 한해 대학병원 진료는 가능하다(41.5℃라는 수치에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환자의 상태는 단순 수치 하나로 평가하는게 아니다).

어디를 가도 병원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고, 십중팔구 해열제 복용 후 집에서 자가격리 하라고 지시할 것이다. 그런 후 코로나19 검사 권유의 코스를 밟는다. 이런 파행적인 의료를 수행중인 의사도 괴롭다.

13일 코로나19 검사시행, 엑스레이 상 폐렴 확인


코로나19는 검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린다. 자체 검사 가능한 곳은 6시간 가량, 외부 수탁은 1-2일 정도. 즉, 이 시점에 코로나19 여부는 확인불가 상태다. 하지만 엑스레이(x-ray)로 폐렴이 진단되었으니 코로나19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해당 병원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나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은 불가능하다(현재 병원별로 기능이 나뉘어 있다). 이제 막 검사한 참이라 코로나19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다. 이때 최선은 입원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 여부에 따라 전원해야 할 병원이 달라진다는 점. 상대 쪽에선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물을 게 뻔하다. 아직 검사가 진행중이니 대답할 말이 없다. 이 상태로는 전원이 불가능.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코로나19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여기까진 너무 당연한 얘기고. 이제부터는 추정이다. 뉴스 기사로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으니까.

아마 현재 대구의 열악한 사정 때문에 대학병원에 여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 음성이면 단순 폐렴인 건데 건강한 17세 폐렴 환자는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에서 보지 않는다. 특히나 난리난 대구라면… 차라리 코로나19 양성 환자면 전원이 쉬워진다.

또 다른 경우의 수. 대학병원이라고 자원이 무한하진 않다. 격리실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19 양성이면 격리실, 음성이면 일반 진료실로 자리가 바뀐다. 기왕 검사가 진행중이라면 결과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격리실이 가득찼다면 코로나19 양성 환자는 받을 수 없으니까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즉, 코로나19 검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는 적절한 병원을 선택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자가 격리를 지시한다. 결과가 나오면 연락해서 적절한 병원을 선정해주는 게 보통의 절차다. 여기서도 그 규정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날마다 살얼음판 위 진료... 어서 코로나19 잡히기를

하지만 환자 상태가 안 좋았다면 전문가의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든다. 결과론이지만 어렵더라도 이때 어디론가 이송하는 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젊은 나이에서는 치사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환자 상태상 시간에 여유가 있어 보였는지 당시 의사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요약하면 아쉬움은 크지만 규정 대로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의 사망 원인을 알 수는 없다. 코로나19, 감염성 심내막염 등 여러 가능한 원인이 떠오른다. 환자를 본 의료진은 코로나19에 꽤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음성 판정에도 끈질기게 검사 의뢰를 다시 넣은 걸 보니.

보통 한 두번 의뢰해서 음성이면 포기하는데 아마도 CT에 코로나19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폐렴 양상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그렇다면 여러 측면에서 머리 아파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이 소년의 코로나19 최종 검사결과를 음성이라고 발표했다).

요새 날마다 이런 살얼음판 위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코로나19가 잡혔으면 좋겠다. 쉽지 않아 보이지만.

소년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조용수 기자는 전남대 의대 교수입니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오마이뉴스에도 싣습니다.
#코로나19 #17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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