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4.15 총선 전략을 밝히고 있다.
남소연
이 위원장은 당내에서 '여론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81학번으로, 학생 운동 당시 업무도 동향 파악이었다. 공교롭게도, 졸업 후 취직한 광고회사에서도 조사부에서 일했다.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만든 선거전략 회사 '밝은 세상'에서 기획을 맡았다. 2002년 대선에선 이해찬 당시 전략본부장 밑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일했고, 노무현 정부 땐 청와대 여론조사비서관이었다. 2017년 대선 땐 중앙선거대책본부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20년 가까이 민주당의 핵심에서 여론을 분석해온 그가 총선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비례대표 문제다. 이 본부장은 열린민주당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표현도 다시 꺼냈다. "사인 간 상황이라면 고소를 하든지 할 텐데 정치 상황이라 마땅한 수단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지층 분산으로 민주당이 선출한 비례대표 중 "3~4석 밖에 못 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총선을 앞두고 '조국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득일까, 실일까?
"조국 프레임은 지금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프레임을 만들고 싶은 측에서 무리하게 자꾸 끄집어내는 것 같다. 조국 프레임이라는게 '불공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지금 미증유의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이다. 국난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관심이 몰려 있는데 이 시점에서 조국 이야기를 꺼내는 건 유효한 선거 전략은 아닌 것 같다."
-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득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하도 답답한 상황이라 저도 스토킹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정확히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거다. 제3자가 보면 오해를 하기도 한다. '진짜 저(열린민주당) 스토커가 상대(민주당)를 좋아하나 보다'라거나 심지어 '그 상대도 여지를 준 게 아니냐'... 일반적인 스토킹 패턴 아닌가. 사인 간 상황이라면 고소를 하든지 법률적 행위를 통해 진실을 밝힐 텐데, 정치적 상황이라 마땅한 수단도 없다."
- 일부 지지층 사이에선 더불어시민당에 비해 열린민주당의 메시지가 오히려 더 선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거 기간 말을 강하고 선명하게 한다고 해서 나중에 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센 주장을 해서 유권자 시선을 끌고자 하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할 생각도 없다. 열린민주당에서 선명한 주장을 하는 게 우리가 원하는 바도 아니고, 우리 방식과 맥이 통하지도 않는다."
- 이해찬 대표가 '선거 후 연합'을 언급하는 등 오해를 준 측면도 있다.
"일단 이해찬 대표가 선거 후 연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건 사실이 아니다.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열린민주당의 탄생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있다가 당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천 탈락한 분들이 나가서 당을 만들었다.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엄선한 20명의 비례 후보들을 시민당에 보냈으니 당선을 시켜야하는데,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겉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비례들이 큰 손해 보게 생겼다."
결국 '민주당 표 아니냐'는 질문에는 민주당의 이번 총선 목표를 다시 언급했다.
"1당을 하더라도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해야한다."
이 위원장은 이어 "1당이 안 된 상태에서 어디와 연합해 뭘 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총선 후 국정 운영에서) 실제로 힘을 받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의당과의 지역구 단일화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 제안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화 명분도 동시에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정의당이 상당히 축소될 상황이라 오히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큰 의회권력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진보'라는 이념 진영에 얽매이기보다,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는 확장 전략을 가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 경기 고양갑, 창원 성산, 인천 연수을 등의 지역에서 정의당의 단일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 가능성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 같은데. 애당초 우리는 정의당에 비례연합정당을 같이 하자고 했다. 그걸 같이 하는 게 정도(正道)였다. 그렇다면 지역구에서도 자연스럽게 서로 도움이 될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 거다. 지금 시점에선 지역구에서의 크고 작은 움직임들에 명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
- 민주진보진영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민주 진보 진영 전체의 크기보다는... 어차피 정의당 쪽이 상당히 축소될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큰 의회 권력을 확보하느냐, 그게 더 중요한 상황이 돼버린 것 같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엔 미래통합당에 투입됐다.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까.
"글쎄. '김종인 역할론'은 정말 과대평가가 돼있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1당을 한 계기도 김 위원장의 역할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 호남 쪽 세력이 다 빠져나가면서 민주당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 영남 지역의 지지가 확 늘었다. 부산에서 6석, 경남에서 3석을 얻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이탈자들이 떠난 당의 중심에 문재인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 김종인 효과는 없었다?
"수도권에서도 성적이 괜찮았다. 그 계기가 당시 문 대표가 영입한 문재인 키즈, 이른바 영입인재들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김종인의 역할과 관련이 있겠나. 문 대표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합당 두 주역인 김한길, 안철수 두 분이 모두 당을 뛰쳐나간 상황에서 끝까지 퇴진 요구를 받았다. 영입인재들 끌어놓고 당도 좀 바꾸고, 그리고 약속대로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물러났다. 결국 문재인 체제에서 문재인의 유산으로 치른 선거다. 김종인 위원장은 일종의 잠시 관리 사장이었던 셈이다."
- 미래통합당에서도 영향력이 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총선 2주 전 들어와 대놓고 '선거용 마케팅'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당을 맡아 선거를 치를 것 같으면 적어도 몇 달 전에는 들어가서 당이 지향하는 가치, 노선, 정책, 인물 등을 정비해 놓고 그 책임 하에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런 정당이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거다. 국민들이 쉽게 좌우되지 않을 거라 본다."
-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종편에서 여권 인사에 대한 표적 보도를 위해 검찰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총선 판도에 영향을 줄까.
"저희 입장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돌발변수다. 검찰총장과 관련한 변수보다... '검찰이 선거를 공정하게 잘 치르도록 관리하겠다'까지는 좋지만 일부 지역에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광주 지역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다. 선거 이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면, 총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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