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에 이어 23일 영국정부는 슈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에 대해 휴업령을 내렸다. 사진은 런던 윔블던의 복합쇼핑몰.
김종철
내 일상생활도 코로나19로 많이 변했다. 먼저 대학생 자녀들이 지난달 말 대학에서 다 집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통학을 안 하고 대학 기숙사나 대학 인근 숙소에서 생활하고 방학 때만 집에 온다. 다수의 영국 대학생들은 집에서 먼 다른 도시의 대학을 다니기에 통학하는 학생들이 극히 드물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숙제도 이메일로 보내거나 대학교 전용 블로그에 올린다. 시험도 온라인 오픈북 테스트 또는 과제물로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정부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융자받기에 (1990년대까지는 100% 무료였다)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아이들은 요즘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불한다. 영국에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 집에 있으면 매달 생활비를 낸다.
교회나 종교시설에 갈 수 없는 교인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 전화, 컨퍼런스콜, 줌인 등으로 교인들과 회의를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면역력이 약한 70세 이상 노인들은 정부에서 자가격리와 최소한의 외출 그리고 외부인 접촉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주 같은 동네에 사시는 장모님의 생신이었는데, 할 수 없이 아내는 먼발치에서 장모님에게 선물을 전달해 드리고 서로 손만 흔들었다. 원래 장모님을 우리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그런 모든 계획은 취소됐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아내도 거의 매일 장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
급여 80% 받으며 자원봉사 하는 휴직자들
아내는 요즘 재택근무를 한다. 내가 일하던 직장은 재택근무가 안 되는 곳이어서 지금 일시휴직(Furlough leave) 중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휴직 중인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급여의 80%를 지불한다. 그래서 필자처럼 코로나19의 여파로 휴직한 사람들은 급여의 80%를 받고 대개 NHS(국가의료서비스) 등 공공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현재 약 150만 명의 영국인들이 NHS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필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원봉사를 한다.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환자 안내, 자가격리 중인 노약자 집을 방문해 말동무 해드리기, 노약자들을 위해 대신 쇼핑하기, 노약자들에게 의약품 배달하기, 병원 구내식당에서 요리나 서빙 도와주기, 노약자 반려동물(개) 산책 해주기 등이다. 이럴 경우 모두 2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접촉한 물품은 소독 수건으로 닦아야 한다. 외출이 어려운 자원봉사자의 경우는 외로운 노약자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말동무를 해드릴 수 있다. 방법은 아주 많다.
나는 노약자를 방문해 위로나 말동무 해드리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때 2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반드시 지키고 내가 만졌던 모든 물품을 소독수건으로 닦거나 고무장갑을 착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