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톡 방이 일년이면 몇 번이나 알람이 울릴까 말까 했는데... 코로나19로 달라졌다.??
unsplash
결혼을 한 친구, 안 한 친구, 아이가 있는 친구, 없는 친구, 각자 서울에 울산에 도쿄에 바르셀로나에, 생활 반경과 활동 패턴이 워낙 다른지라 단체톡 방이 일년이면 몇 번이나 알람이 울릴까 말까 했는데... 코로나19로 달라졌다.
지난 두 달 우리는 다시 중학교 때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서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친구가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얼려두었다는 것을 이야기 하던 날은, 나는 그 친구 집에 냉동고가 두 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며칠 전에는 그 집에 근사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번개를 하듯 갑자기 단체 영상 통화를 했는데, 오래 전에 봤던 친구의 아이가 말을 걸었다. "이모, 거기는 왜 밤이 아니에요?" 스페인은 한국보다 시간이 늦기 때문이라니까, 자기는 스페인이 좋다며 계속 낮인 스페인에 와서 살겠단다. 마지막으로 봤던 때 아직 걸음이 서툴던 아이였는데, 벌써 이렇게 컸다니... 서로 이렇게 채팅도 하지 못했던 우리였구나, 싶었던 날.
초등학교때부터 자매처럼 자랐던 다른 친구와도 요즘 부쩍 더 연락을 한다. 오랜 친구들이 으레 그렇듯이, 어려서 함께 제인 오스틴을 읽었던 이야기, 친구가 한창 비주얼락에 빠져 있었을 때 내게도 강권해 몇몇 밴드의 음악을 들어야 했던 이야기들을 하며 함께 웃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연구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에게 "그래 잘하고 있어. 힘내" 한마디씩 하고 난 뒤에는 그대로 위로가 되고, 다 괜찮다 싶은 마음이 된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함께 연결되어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삶을 살아낸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꽁꽁 봉쇄해 놓은 지금도 우리는 우리가 가진 도구를 총 동원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거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일주일쯤 전인가. 한창 자연의 싱그러움이 그리워서 그랬는지 동료와의 대화에서 내가 말했다.
"나는 요즘 자연이 너무 그리워. 정말 그리워서 그런 건지, 못가니까 괜히 그러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야."
스크린 속 동료가 깔깔거리며 답을 했다.
"맞아. 금기는 왜 늘 욕망이 되는지도 좋은 연구 주제지."
"그런데 우리 사실 봉쇄치고 너무 잘 지내는 거 같지 않아?"
"맞아. 지낼 만하지.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처음에 너무 이상할 거야. 이대로가 더 좋으면 어쩌지."
이대로가 더 좋을 리가 있나. 그런데도 우리의 대화는 종종 저렇게 깔깔 거리면서 마무리 된다. 스몰 토크. 사소한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도 등장하지만,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이야기도 좋다. 오늘은 그냥 햇살이 아주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마냥 행복했다는 그런 이야기에 서로, 정말 그래, 맞아, 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 싱그러워진다. 비 온 뒤의 나뭇잎들 풀잎들처럼.
더 엄격할 수 없었을 것 같던 스페인의 봉쇄가 어느새 막바지로 들어서 조금씩 제한이 풀려가고 있다. 제 2의 파도가 올 거라는 예상은 여전히 있지만, 예전으로 조금 가까워진다는 말이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시 파도가 온다고 해도 우리는 결국 지금처럼 서로의 손을 잡고 견뎌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두 달째 봉쇄중인 스페인에서] 번개하듯 단체 영상통화... 스몰토크가 주는 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