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한 선수들에게 돌아온 것은 부원들의 질책과 따돌림, 그리고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인들의 침묵이었다. 결국 내쫓긴 것은 거짓말쟁이로 내몰린 피해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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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부터 모두가 성추행 사건에 등 돌렸던 것은 아니었다. 2016년 9월 7일, 성추행 피해 사실이 내부에 알려지자 배구부원들은 감독에게 이 사실을 공론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들 외에 일부 다른 배구부원들도 각자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진술서에 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구부원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본인들이 전날 작성한 진술서를 파쇄할 것을 요구했다.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는 배구부 감독과 학부모들의 입김이 있었다. 먼저 배구부 감독은 성추행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선수들에게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배구부가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배구부원 선배는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전했다.
"(배구부) 해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냥 돌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어. 언니는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어. 내가 노력을 해서라도 프로를 가야만 해... 미안해. 언니가 네 편이 안 돼 줘서. 언니가 진로에 눈이 멀어 너의 입장도 무시하고..."
배구부원의 학부모들도 사건 은폐에 한몫 했다. 배구부 감독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신고한 3명 이외에 5명의 학생도 추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들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진술했다. 추후 이 사건의 법정 증인으로 나온 배구부 관계자도 "학부모들은 이 사건이 알려지면 진학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사건을 덮자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학부모들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두고 피해자들 앞에서 갑론을박 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피해자는 끝내 "다 내 잘못이라고 하니까, 그냥 내가 나간다"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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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제외한 배구부 관계자들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은폐한 주된 이유는 '진로' 문제 때문이었다. 성추행 사실이 공론화되면 배구팀이 해체되거나 본인들의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선수들은 성추행 피해에 대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배구부마저 떠나야 했다.
은폐 행위 두고 "비인간적"이라 비판한 1심 재판부,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