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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그곳에 많은 동성간 성폭력... 법원은 관대하기만

[그 코치 봐준 그 판결 ⑤] 추행, 불법 촬영, 폭행, 강요에도 집행유예... "정신적 충격 경미"

등록 2020.09.25 07:19수정 2020.09.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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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피해 폭로, 올해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거치며 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20년 동안의 스포츠 폭력·성폭력 판결문 163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판결문에 담긴 사건의 심각성·특수성,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양형사유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이 기사는 다섯 번째 기사다.[편집자말]
 스포츠계에선 오랜 시간 같이 합숙하는 특성 탓에 동성 간 성폭력이 자주 일어난다.
스포츠계에선 오랜 시간 같이 합숙하는 특성 탓에 동성 간 성폭력이 자주 일어난다.pixabay.com
 
(초등학교) 농구부 코치와 제자라는 인적인 신뢰 관계를 이용하여 만 10세에서 12세에 불과한 어린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다리 사이에 발을 넣어 음부를 문지르거나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주무르는 등으로 피해 학생들을 추행하고, 옷을 벗은 피해 학생들의 사진을 찍는 외에 폭행, 강요 등의 범행을 한 사안이다.
 
2015년 12월 대전고등법원 2심(항소심) 재판부(재판장 유상재)의 판결 내용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농구부 코치인 피고인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계속 써내려갔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초반이자 올바른 성적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할 나이에 있는 어린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피고인이 행한 이 사건 각 추행 등의 범행 방법과 경위, 피해 감정 등을 중시하면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매우 무겁고, 그와 같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 학생들이 입게 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은 피해 학생들이 앞으로 성인이 되더라도 쉽게 아물지 않을 마음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정도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피해 학생들 및 그 보호자들이 피고인에 대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원하고 있고 피고인이 그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함이 마땅하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스스로 한 말을 뒤집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 도중에 발생한 피고인 가족의 죽음을 언급하며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았다. 또한 피고인의 반성, 2300만 원 공탁 등도 언급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고인이 피해선수들과 동성인 점을 언급한 대목이다.
 
농구부 여자 코치인 피고인에게 특이한 성적 취향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극 또는 만족을 얻기 위한 동기에서 의도적으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 이유를 훈육으로 봤다.
 
피고인이 어린 피해 학생들에게 가한 폭행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지 아니하지만, 이는 신체 접촉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농구 경기의 특성 및 고된 훈련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적 및 목표 달성의 의욕이 앞선 나머지 훈육의 목적에서 우발적으로 가한 범행으로 보이는 점…

재판부는 "원심(1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볍다기보다는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않았고, 항소심 판결이 확정됐다.

동성 성폭력, 정신적 충격 경미하다고?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계에선 오랜 시간 같이 합숙하는 특성 탓에 동성 간 성폭력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 학생선수 6만3211명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고등학생 선수가 겪은 성폭력 가해자 중에는 동성이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법원이 동성 간 성폭력을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1심 재판부(재판장 신헌기)가 무차별적으로 남학생들의 성기를 만진 복싱코치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판결 역시 그러한 지적을 받는다.
 
피고인은 오랜 기간 자신이 지도하는 체육관 남학생들을 상대로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성기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 행위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를 문제 삼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가하기도 하였다. 그 범행의 내용, 횟수,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
 
엄벌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동성 간 성폭력인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는 판결문 내용은 앞선 농구부 코치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자들은 모두 남자 청소년들로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집행유예 판결에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았다. 검사 역시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동성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이 작은 걸까? 2016년 2월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재판장 김영학)의 판결에는 동성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2014~2015년 서울 한 고등학교 야구부 3학년 선배가 2학년 후배를 상대로 6회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피고인과 함께 같은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피해자는 "남자로서 남자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수치스럽고 창피했으며,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였다"고 하여,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도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피고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민경 변호사는 "'동성 성폭력은 정신적 충격이 경미하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경우에 더 빨리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더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최근에는 동성 성폭력으로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동성 성폭력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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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코치 봐준 그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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