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거지 시간의 지루함을 유튜브가 달래주고 있다.
김종수
사실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는 유튜브가 딱히 필요 없었다. 많아봤자 세 식구 살림인지라 그때그때 설거지를 하면 길어야 20분 안에 끝난다. 하지만 빵집에서는 달랐다. 다양한 빵을 굽는 관계로 설거지 거리가 넘쳐났고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용기들도 많았던지라 길게는 1시간 넘게 해야될 때도 있었다.
뭐랄까, 힘들다기보다는 지루했다. 긴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하다 보면 허리와 다리가 아플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루함이 더 컸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유튜브였다. 평소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안 본 이유도 있었는데, 설거지하는 동안은 그럴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시간 활용적인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아내, 아기, 나… 각기 다른 유튜브 활용
설거지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영상을 접했다. 처음에는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거나 추천 채널을 참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분야 위주로 영역을 정하면서 보게 됐다. 각종 스포츠 영상, 과학의 세계, 역사 등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채널은 구독까지 했다. 격투기, 야구, 농구의 인기채널 같은 경우 설거지를 하지 않을 때도 업데이트를 수시로 확인할 정도였다.
사실 나는 세상만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꽂히거나 관심 있는 분야는 좀 깊게 들어가는 매니아 근성도 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긴 후 육아를 하게 되면서 아무래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호기심의 세계를 열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다. 총각 때부터 신청해놓은 케이블 방송 유료채널도 제대로 본적이 거의 없어서 '이제 그만 끊어야 되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를 보면서 잊었던 다양한 분야 이야기를 다시금 듣고 보게 됐다. 스포츠 하이라이트나 이슈 분석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을 비롯해, 돌아가는 흐름도 어느 정도 알아가고 있다. 역사 채널도 재미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각종 정사‧야사는 물론 구한말 시라소니, 김두한 등의 일화도 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사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과학분야같은 경우는 심도 깊은 지식이 아니라 '외계인은 과연 존재할까?', '또 다른 은하계를 찾아서', '오파츠의 신비' 등 흥미 위주로 시청하는 편이다. 거기에 더해 연예인 신변잡기, 드라마, 영화 등에 관해서는 외려 총각 시절보다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매우 좋아하는 편이지만 드라마, 연예인 이야기 등은 사실 관심 밖이었다. 당연히 유튜브로 일부러 찾아보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럼에도 적지 않게 시청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설거지를 하기 전 나는 유튜브 재생 시간을 확인하고 영상을 고른다. 일단 설거지가 시작되면 선택한 영상이 끝나도 고무장갑을 쉽게 벗기 힘들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그 와중에 고무장갑 속으로 물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거지가 1시간 가까이 이어지다 보면 제법 분량이 되는 영상도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영상이 자동 재생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드라마 하이라이트, 연예인 스토리 등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것도 계속 보다 보니까 가끔씩은 직접 찾아보게 되는 경우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