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물회
백지혜
그렇게 나온 물 회가 이 물 회다. 여름시즌으로 내놓는 새 메뉴라며 날씨가 빨리 더워질 것 같아서 만들어보는 중이라 하셨다. 우와.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그냥 주신다고요?"
"그런 사람 드문데, 얼마나 회를 좋아하시면 혼자 오셨을까 싶어서요."
한눈에 알아보셨던 거다. 내가 회에 진심인 것을 말이다. 서비스라서 좋았던 게 아니라, '회'로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광어, 연어, 전복들이 살짝 얼기 직전의 다양한 야채들과 최고의 조합을 만들었다.
내가 초밥을 15ps나 먹은 게 실화인가. 국물까지 싹 비워내는 걸 보고 사장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정식 메뉴로 내놓기 전이라 피드백을 원하실까 싶어서 최대한 상세히 말씀드렸고, 귀담아 들어주셨다.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선 후 차에 올라탔는데, 물 회가 얼마나 시원했는지 햇볕에 세워둬 열기 가득한 차 안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오래 전에 한의원에서 체질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몸은 '물'과는 맞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해산물'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했고, 수영보다는 등산을, 바다 보다는 산을 가까이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근데 이게 웬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회'와 '초밥'인 것도 모자라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태어나 '낚시'를 가장 좋아하는 '인천' 출신의 남자를 만나 살고 있는데 뭐가 어째?! 하하하.
사주와 궁합을 떠나 아무튼! 나는 올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머리를 쨍하게 만드는, 내 사랑 물 회로 이 더위를 싹 다 얼려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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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이란 경력단절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은 아이셋 다자녀 맘이자, 매일을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글을 쓰는 일이 내 유일한 숨통이 될 줄 몰랐다. 오늘도 나를 살리기 위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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