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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이런 글 써도 되나... 생각했다면 당신도 피해자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국가보안법 폐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겁니까?

등록 2022.01.11 19:23수정 2022.01.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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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국가보안법폐지 국회앞 1인시위 첫날인 지난해 11월 4일 국가보안법 피해자 강성호씨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회앞 1인시위 첫날인 지난해 11월 4일 국가보안법 피해자 강성호씨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지난해 11월 첫째 주,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 섰다. 이날 민족통일애국청년회(민애청)가 듣게 된 강성호, 유우성, 이시우씨의 사연은 기가 막혔다. 

일본어 교사였던 강성호씨는 1989년,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교단에 섰다. 그러나 그 다짐은 부임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북침설교사'라는 국가보안법 낙인으로 돌아왔다.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지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탄압하기 위한 안기부의 공작이었다. 북침교사설은 전교조를 불법화하는 데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 

당시 대다수 학생들은 강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농성을 벌이는 등 적극 저항했다. 하지만 결석한 학생이 포함된 학생 6명의 거짓 증언만으로 강 선생님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됐고, 이로 인해 해직된다. 거짓증언을 하게 된 학생들이 증언을 뒤집으려 하자 안기부는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 버렸다. 살인죄보다 무거운 국가보안법 낙인으로 강 선생님의 동생은 얼마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됐다.

2021년 9월 2일, 32년간의 투쟁 끝에 강씨는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 유우성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 유우성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는 2013년 박근혜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됐다. 시민들이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개혁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당시 국정원은 동생 유가려씨로부터 '오빠가 간첩이다'라는 거짓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동생 유씨에게 전기고문을 하겠다고 겁을 주거나 머리를 벽에 찧는 등의 폭행도 가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자 국정원과 검찰은 유우성씨의 방북기록을 조작하기 위해 중국 공안기관의 공문서까지 위조를 시도했다. 이것이 탄로나 여론에 뭇매를 맞자 자신들의 조선족 정보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정보원이 '국조원(국가조작원의 줄임말로 추정)'이라는 혈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5년 10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유우성씨는 간첩 혐의를 완전히 벗었지만 유씨 남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2021년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유우성씨는 "고문과 폭행, 조작을 일삼은 국정원과 검찰 책임자는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 이시우씨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보안법 피해자 이시우씨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평화운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이시우씨는 비무장지대와 미군기지 사진, 통일을 주제로 한 글들을 인터넷에 게재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제작했다는 혐의로 국가보안법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이시우씨가 올린 사진 대부분은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찾을 수 있는 자료였고, 소위 '이적표현물'들도 주한미군을 비판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글이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서적들이었다. 국정원은 불법적으로 이시우씨의 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패킷 감청했으며 직접 미행하기까지 했다. 공안당국은 각각은 기밀이 아니나 모아놓으면 기밀이 된다는 구시대적 수사 이론인 '모자이크 이론'까지 적용하려 했으나 이 사건은 2008년 무죄 판결로 종결됐다.


이시우씨 사례와 같이 국가보안법 사건은 형법의 형사소송법 적용이 예외된다. 공안기관은 이것을 무기로 미행에 패킷감청 등을 제약없이 악용할 수 있었다. 국가보안법이 '헌법 위의 악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국가보안법상 행동을 처벌하는 사안은 이미 기존 형법으로도 모두 처벌이 가능함에도 정권이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되는 부분만 좀 바꾸면 되지 않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는 법 자체에 내재화돼 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은 구체적인 행위가 아닌 생각과 말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생각을 들여다본다는 명목으로 공안기관은 감시와 고문을 정당화했고 설사 조작이 이뤄져도 피해자는 증명할 방법이 없다. 법이 제대로 작동할수록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나와 상관 없는 법? 사문화? 
 
 민애청 청년들이 신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청년 발언대를 진행중이다
민애청 청년들이 신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청년 발언대를 진행중이다민족통일애국청년회
  
누군가는 '국가보안법은 나와는 상관없는 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11년,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된 무상급식은 당시에는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빨갱이 딱지가 붙었다.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를 요일제로 판매했을 때도 북한식 배급제라며 색깔론이 덧씌워졌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정권에 대한 비판은 색깔론에 의해 방해를 받아왔으며 그 법률적 근거가 되는 것이 국가보안법이었다. 'SNS에 이런 글 써도 되나?'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다.    

대부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 8월 9일, 9월 남북평양공동선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IT사업가 김호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007년부터 평양의 코리아 인공지능센터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소속 IT 기술자들이 개발한 '인공지능형 영상인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한국시장과 세계시장의 석권을 노렸던 한 명의 남북경협사업가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김호씨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약속한 4.27 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국가보안법에 의한 첫 번째 구속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은 북측 IT 기술자들과 사업한 것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특별한 증거도 없이 북측 기술자들을 대남공작부서 소속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호씨의 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국정원 역시 이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공안기관의 논리대로라면 통일부와 국정원도 김호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동조한 것이 된다. 2018년 남북합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4700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하고 남북 철도연결 등을 북측과 합의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 역시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북측에 대남공작비용으로 4700억 원을 지급한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 체포돼야 했다.

김호씨의 사례만 보아도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남북협력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 시켜줬다.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자면 연구하고 만나며 교류협력하는 게 필요하지만, 국가보안법상 이 모든 것은 불법이 된다. 국가보안법은 통일의 파트너를 그저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급한 이유다.

지난 2021년 5월,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단 9일 만에 10만 명의 동의로 성사됐다. 10월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를 든 전국대행진단과 1000여 명의 참가단은 제주, 대구, 여수·순천 그리고 대전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를 찾아 국가보안법으로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민족통일애국청년회를 비롯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많은 청년, 시민들 또한 1년 동안 민주당사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등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광온)는 사회적 논의를 이유로 국민청원 심사기한을 21대 국회의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31일로 연장했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전원 동의로 연장해 버린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박지원 국정원장도 2021년 6월 10만 청원 달성 이후 "간첩 잡는 게 국정원의 역할이고 국보법 존치·개정이 국정원 입장"이라며 국보법 존치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의 당사자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을 내버려 둔 것이다.

그 사이 공안기관은 국가보안법의 존재가치를 홍보라도 하려는 듯 대북사업가와 통일연구원, '세기와더불어' 출판사 대표를 무리하게 기소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건가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 국가보안법 폐지 10민 국회청원 성사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 국가보안법 폐지 10민 국회청원 성사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의원은 국가보안법 제정일 전날에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사례 국회청취회'에 축사를 보냈으나 국가보안법 폐지 찬성과 반대 논리를 나열하기만 해 참가자들에 빈축을 샀다. 기계적 중립 뒤에 숨는 것이 과연 정치의 역할일까? 대선후보들은 진정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발전을 바란다면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공약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피해자 강성호씨는 피해사례 청취회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런다고 내 손으로 거둔 동생이 살아 돌아옵니까? 안기부의 협박으로 거짓증언을 하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도 못 하고 있는 제자들은 누가 달래줍니까? 여기 오신 정치인들이 해야 합니다. 이런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합니다. 저는 이제 그 얘기를 하고 살아갈 겁니다."

이제는 대선후보들이 대답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건가.
 
덧붙이는 글 민애청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청년들의 노력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함께해 왔습니다. https://mac615.modoo.at/
#국가보안법 #민주주의 #평화통일 #인권 #민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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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온 나라의 젊은이들이 뜨거운 숨과 피를 토해내던 시절, 민애청은 ‘민족통일애국청년단’이란 이름으로 1987년 10월 27일 창립되었습니다. 이후 민애청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청년들의 노력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함께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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