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애청 청년들이 신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청년 발언대를 진행중이다
민족통일애국청년회
누군가는 '국가보안법은 나와는 상관없는 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011년,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된 무상급식은 당시에는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빨갱이 딱지가 붙었다. 코로나19 초기에 마스크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를 요일제로 판매했을 때도 북한식 배급제라며 색깔론이 덧씌워졌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정권에 대한 비판은 색깔론에 의해 방해를 받아왔으며 그 법률적 근거가 되는 것이 국가보안법이었다. 'SNS에 이런 글 써도 되나?'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다.
대부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2018년 8월 9일, 9월 남북평양공동선언 발표를 한 달 앞두고 IT사업가 김호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007년부터 평양의 코리아 인공지능센터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소속 IT 기술자들이 개발한 '인공지능형 영상인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한국시장과 세계시장의 석권을 노렸던 한 명의 남북경협사업가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김호씨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약속한 4.27 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국가보안법에 의한 첫 번째 구속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은 북측 IT 기술자들과 사업한 것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특별한 증거도 없이 북측 기술자들을 대남공작부서 소속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호씨의 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국정원 역시 이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공안기관의 논리대로라면 통일부와 국정원도 김호씨의 국가보안법 위반에 동조한 것이 된다. 2018년 남북합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4700억 원의 사업비를 편성하고 남북 철도연결 등을 북측과 합의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 역시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북측에 대남공작비용으로 4700억 원을 지급한 혐의로 국가보안법 위반 체포돼야 했다.
김호씨의 사례만 보아도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남북협력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 시켜줬다. 남과 북이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자면 연구하고 만나며 교류협력하는 게 필요하지만, 국가보안법상 이 모든 것은 불법이 된다. 국가보안법은 통일의 파트너를 그저 없애버려야 할 적으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위해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급한 이유다.
지난 2021년 5월,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국민청원'이 시작된 지 단 9일 만에 10만 명의 동의로 성사됐다. 10월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구호를 든 전국대행진단과 1000여 명의 참가단은 제주, 대구, 여수·순천 그리고 대전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를 찾아 국가보안법으로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민족통일애국청년회를 비롯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많은 청년, 시민들 또한 1년 동안 민주당사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등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박광온)는 사회적 논의를 이유로 국민청원 심사기한을 21대 국회의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31일로 연장했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전원 동의로 연장해 버린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민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박지원 국정원장도 2021년 6월 10만 청원 달성 이후 "간첩 잡는 게 국정원의 역할이고 국보법 존치·개정이 국정원 입장"이라며 국보법 존치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약속한 판문점선언의 당사자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국가보안법을 내버려 둔 것이다.
그 사이 공안기관은 국가보안법의 존재가치를 홍보라도 하려는 듯 대북사업가와 통일연구원, '세기와더불어' 출판사 대표를 무리하게 기소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