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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리 싫어하죠?" 중국친구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대선 앞둔 한국, 누가 대통령 되든 혐오 문제 풀어야

등록 2022.01.12 12:53수정 2022.01.1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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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두 달여에 걸쳐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선배, 한국인들은 중국인들 싫어하죠?"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나는, 어느 날 후배인 중국인 유학생 유키(가명)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물음 앞에, 나는 '말문이 막힌다'는 게 어떤 뜻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생뚱 맞은 말이냐'고 반문할 수조차 없었다.

한국에서 '혐일'과 더불어, 아니 혐일 이상으로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혐중'은 그 실존을 부정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지 않은가.

유키는 한국 문화에 심취한 이른바 '한류 팬'이다. 노트북에는 본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은지원씨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거기에, 나도 잘 모르는 한국 연예인이나 한국 드라마, 한국 가요에 대해 술술 읊는다.

코로나만 아니면 하루 빨리 서울에 놀러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나 '잘 가' 같은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해보려 한다. 그렇게 한국을 좋아하는 유키가, 내게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을 싫어하지 않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유행어가 된 '착짱죽짱'... 서늘해진 등골

그 질문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미 인터넷 상에서 주류적인 유행어로 자리잡은 '착짱죽짱(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이라는 단어였다. 단어라고 칭하기조차 섬뜩한 그 혐오표현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한국에서 소비돼 왔다. 
 
중국 칭하이성 지진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한국 누리꾼들  MBC는 2022년 1월 8일, 중국 칭하이성 먼위안현에서 일어난 규모 6.9 강진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망자 발생에 대해 '중국인이 착해졌다'며 축하의 덧글을 남겼다.
중국 칭하이성 지진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한국 누리꾼들 MBC는 2022년 1월 8일, 중국 칭하이성 먼위안현에서 일어난 규모 6.9 강진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망자 발생에 대해 '중국인이 착해졌다'며 축하의 덧글을 남겼다.유튜브 화면갈무리
 
혹시 유키가 어디선가 '착짱죽짱'을 접하고서 한국인인 내게 물어온 것은 아닌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했다.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에 차마 유키의 질문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대신, 한국이 맹목적인 혐오의 나라로 비치는 것은 견딜 수 없었기에 최대한 완곡하게 설명했다. 한국 대중들 중에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정도로 말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 의해 자행돼 온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적인 동화정책, 대만에 대한 위협 등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납득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더욱 짙어지는 중국인 전체 집단에 대한 맹목적 혐오 정서에 대해선 끝내 이야기하지 못했다.

정치 영역에 국한된 나의 설명에, 의외로 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복도에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는지 살펴본 뒤 연구실 문을 닫고서 나지막히 말했다.


"저도 솔직히 공산당이 싫어요. 시진핑은 독재자죠."

상상도 하지 못한 폭탄발언에 나는 두 번째로 말문이 막혔다. 공산당과 시진핑을 반대하는 중국인이라니,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한 애국주의적 중국 청년의 이미지와는 형언할 수 없는 괴리가 느껴졌다.

내 멋대로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정형화해 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잠시, 이어서 든 생각은 나를 더욱 큰 당혹감으로 몰아넣었다. '한국 이곳저곳에 만연한 반중·혐중 감정이, 지금까지 내가 유키에게 설명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자문이었다.

유키가 스스로 공산당과 시진핑이 싫다고 밝혔다 한들, '착짱죽짱'이라는 혐오표현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마냥 웃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혐오란 그런 것이다. 혐오는, 어떤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지향점을 두지 않는다. 상대 전체 집단을 일반화하고 증오하는 것, 상대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 그것이 혐오다.

그러므로 중국인 전체 집단을 '죽어야 할 대상'으로 저주하는 혐중의 사고 아래서 '중국인' 유키는 결코 설 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혐오를 먹고 자란 전쟁

유키에게 설명했듯이, 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전횡'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대기 및 황사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 있어서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이든 요구든, 이는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전제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중국인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가 한국 사회에 만연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라고 비웃는 이들을 상대로, 타협과 양보를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어 보인다.
 
2차 상하이 사변 발발 당시의 기사 중국을 '난폭한 지나'라고 표현하며 일본군의 공격을 미화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군의 중국 침략은 난폭한 중국인에 대한 응징으로 정당화되었다.
2차 상하이 사변 발발 당시의 기사중국을 '난폭한 지나'라고 표현하며 일본군의 공격을 미화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군의 중국 침략은 난폭한 중국인에 대한 응징으로 정당화되었다.도쿄 아사히 신문
 
혐중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에서 확인된다. 1931년 만주사변 이래, 제국 일본은 대중들 사이에 혐중 감정을 조성하고 이를 동력으로 대륙 침략을 전개했다. 국민들은 폭지응징(暴支膺懲), 즉 난폭한 '지나(중국에 대한 멸칭)'를 응징하자는 슬로건에 선동됐고, 군부는 중화민국의 양보조차 외면한 채 확전을 꾀했다.

전면전으로 확대된 전쟁은 수렁에 빠져버렸다. 혐오를 동력으로 했던 전쟁의 끝은, 제국 일본의 패망이었다.

강력하고 거대한 일본군은 대중의 혐중 감정을 등에 업고서도, 오랜 내란으로 약체화된 중국을 끝내 정복하지 못했다. 당시 제국 일본과 중화민국의 국력 차를 떠올려본다면, 오늘 날의 한국이 현대 중국을 완력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상대의 의지를 억지로 꺾을 힘이 없다면, 결국 해법은 대화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대화의 과정에, 혐오는 그저 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대선 앞둔 한국, 누가 대통령 되든 혐오 문제 풀어야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오마이뉴스

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중국이든 일본이든 주변국과의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한국 사회를 떠돌아다니는 혐오의 실체를 직시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착짱죽짱' '원숭이' 따위의 혐오표현이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현실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은 기대될 수 없을 것이므로. 설사 '이쪽도 저쪽을 싫어하고 저쪽도 이쪽을 싫어하는 것'이 현실이라 해도,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그 혐오의 세태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혐중 #반중 #혐오 #한중관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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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함몰된 사측에 실망하여 오마이뉴스 공간에서는 절필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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