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하이성 지진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한국 누리꾼들 MBC는 2022년 1월 8일, 중국 칭하이성 먼위안현에서 일어난 규모 6.9 강진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망자 발생에 대해 '중국인이 착해졌다'며 축하의 덧글을 남겼다.
유튜브 화면갈무리
혹시 유키가 어디선가 '착짱죽짱'을 접하고서 한국인인 내게 물어온 것은 아닌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했다. 거짓말을 할 수 없었기에 차마 유키의 질문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대신, 한국이 맹목적인 혐오의 나라로 비치는 것은 견딜 수 없었기에 최대한 완곡하게 설명했다. 한국 대중들 중에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정도로 말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 의해 자행돼 온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적인 동화정책, 대만에 대한 위협 등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납득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더욱 짙어지는 중국인 전체 집단에 대한 맹목적 혐오 정서에 대해선 끝내 이야기하지 못했다.
정치 영역에 국한된 나의 설명에, 의외로 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복도에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는지 살펴본 뒤 연구실 문을 닫고서 나지막히 말했다.
"저도 솔직히 공산당이 싫어요. 시진핑은 독재자죠."
상상도 하지 못한 폭탄발언에 나는 두 번째로 말문이 막혔다. 공산당과 시진핑을 반대하는 중국인이라니,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한 애국주의적 중국 청년의 이미지와는 형언할 수 없는 괴리가 느껴졌다.
내 멋대로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정형화해 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잠시, 이어서 든 생각은 나를 더욱 큰 당혹감으로 몰아넣었다. '한국 이곳저곳에 만연한 반중·혐중 감정이, 지금까지 내가 유키에게 설명한 중국 공산당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자문이었다.
유키가 스스로 공산당과 시진핑이 싫다고 밝혔다 한들, '착짱죽짱'이라는 혐오표현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마냥 웃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혐오란 그런 것이다. 혐오는, 어떤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지향점을 두지 않는다. 상대 전체 집단을 일반화하고 증오하는 것, 상대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 그것이 혐오다.
그러므로 중국인 전체 집단을 '죽어야 할 대상'으로 저주하는 혐중의 사고 아래서 '중국인' 유키는 결코 설 자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혐오를 먹고 자란 전쟁
유키에게 설명했듯이, 나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전횡'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대기 및 황사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 있어서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이든 요구든, 이는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전제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중국인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가 한국 사회에 만연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죽어 마땅한 존재'라고 비웃는 이들을 상대로, 타협과 양보를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