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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 갑자기 나온 "대통령 취학연령 하향 공론화 지시"

안상훈 사회수석, 7월 29일 브리핑 때 없던 내용 발표... 반발 여론 탓?

등록 2022.08.02 17:21수정 2022.08.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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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안상훈 사회수석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한 해 낮추는 학제개편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8.2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안상훈 사회수석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한 해 낮추는 학제개편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8.2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취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한 신속한 공론화를 (업무보고 당시) 교육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후 '취학연령 하향'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2일 오후 대통령실 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론 국회에서 초당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 달라'는 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밝혔다. 

교육현장과 단체, 학부모들이 갑작스레 돌출한 '취학연령 하향' 논의에 거세게 반발하는 데다 여당 안에서도 '사회적 합의 과정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대통령은 공론화를 지시한 바 있다'고 알린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론화 지시'는 지난 7월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관련 대통령실 브리핑 내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 디지털 인재양성과 컴퓨터 언어교육 등에 만전·첨단산업분야 전문인력과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한 규제완화 및 지원책 마련 ▲ 소외계층의 학습결손 회복과 각각의 특성에 따른 교육지원 강화 ▲ 교과과정 탄력적 운영 및 다양한 종류의 학교형태 보장 ▲ 학생 수 급감 추세 감안해 지방교육재정 포함 교육시스템 재점검 ▲ 현행 초·중·고 12학년제 유지하되 취학연령 1년 하향 방안 강구 등 다섯 가지의 대통령 지시사항을 브리핑한 바 있다. 

참고로, 교육부 역시 이날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단체 등과의 간담회를 고지했으나,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간담회 행사를 4시간가량을 앞두고 급박하게 통보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관련 기사 : "교육부, 의견수렴 없이 일 벌이더니 간담회도 직전 통보"). 

"공론화할 책임, 정부에 우선적으로 있고 국회에도 있다" 

안 수석은 '취학연령 하향' 조치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 중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교육개혁은 인재양성 및 다양화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 등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양성 훈련 등이 첫째에 속하고 초등학교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게 두 번째에 속한다"며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관련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아동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출산 상황이라 지방재정교부금이 넉넉하다. 덕분에 초등학교 시설과 기자재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다"면서 "학교 내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부모 퇴근시까지 하자는 게 기본인식의 출발점이고 (취학연령) 하향 문제는 이런 정책방향 속에서 수단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 낮추는 방안은 교육개혁 과제 중 하나인 '돌봄' 문제를 다루는 하나의 방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안 수석은 '취학연령 하향' 논의와 관련된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취학연령 하향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됐고, 영미권 다수 선진국에서 (만 5세 취학을) 시행 중이다. 여러 장점이 있는 개혁 방안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노동·연금개혁 등 모든 종류의 개혁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교육개혁도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국회 입법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우려에 대해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교육부의 몫"이라며 "정해진 답은 없다. 옳은 개혁 방안이 있을 때 공론화할 책임, 국민과 소통할 책임은 정부에 우선적으로 있고 국회에도 있다"고 밝혔다.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도 국민 뜻 거스르고 갈 순 없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훈 사회수석, 박 부총리, 윤 대통령,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훈 사회수석, 박 부총리, 윤 대통령, 김대기 비서실장, 최상목 경제수석.대통령실 제공
 
"취학연령 하향 방침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정해진 답이 없다" 등의 발언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의 기존 방침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수석은 '대통령실이 여론 때문에 (취학연령 하향 논란에서) 한 발 빠지는 느낌이다'는 지적에 "대통령께서 (업무보고 때) 말씀한 건, 다중복합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건,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옳은 개혁방향에 대해 정부가 넋을 놓고 있을 수 없으니 교육부가 신속히 공론화를 추진해 달라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즉, '취학연령 하향' 논의에 대한 여론 탓에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대통령은 사회적 공론화를 주문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다만, 안 수석은 '공론화 이후 백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공론화를 통해서 확인해보자는 그 출발 단계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간 언론에 보도됐던 건,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옳은 방향이라면 묵묵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기조 아니었나"는 질문엔 "국민이 싫어하더라도 (개혁을) 하겠다는 말씀은 들은 적 없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라면 힘들더라도 하겠다', 이런 (윤 대통령의) 표현들은 여러 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설문조사 및 전문가 간담회? 사후약방문"

한편, 여당 안에서도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방침이 설익은 정책발표였단 지적이 연달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1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논란에서 아쉬운 점은, 먼저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에, 교육개혁의 전체와 핵심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갔다면 소모적인 논란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2일) 본인 페이스북에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라면서 "아이들의 정서 등 발달 특성과 교육과정 난이도 등이 정책의 최우선시 되어야 할 교육정책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교육부가 발표한 데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은 "교육부는 뒤늦게 대국민 설명에 나서며 최대 2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는 형편인데 한 마디로 '사후약방문'"이라며 "그 어떠한 정책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취학연령 1년 빨라진다... 윤 대통령 "방안 신속히 강구" http://omn.kr/2021v
"교육부, 의견수렴 없이 일 벌이더니 간담회도 직전 통보" http://omn.kr/203ih 
안철수, '취학연령 하향' 논란에 "정부에 아쉬운 점은..." http://omn.kr/202t6
#윤석열 대통령 #취학연령 하향 #박순애 교육부장관 #안상훈 사회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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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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