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31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왼쪽 사진). 정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10시 40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글씨가 없는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석했다.(오른쪽 사진)
유성호
민주당은 "수습과 애도에 전념할 때"라면서 이태원 참사 직후 정쟁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사고 희생자'라는 명명과 '글씨 없는 검은 리본'을 문제 삼은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를 향해 "오직 희생자의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의 위로, 부상자의 치료 지원에만 집중해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성곤 원내대표는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될 정부가 어찌 이리도 무도하고 이중적이며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에게 묻는다. 이번 참사에 희생되어진 분들이 희생자입니까, 아니면 사망자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정부는 전국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관련 합동분향소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명명했다. 이에 대해 '사고'와 '사망자'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본인 페이스북에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고 사고에 의한 사망자로 처리한다면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정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 바 있다.
'사망자'를 쓰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가해자 책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망자, 부상자 이렇게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명확하게 가해자 책임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희생자, 피해자 이렇게 용어를 사용한다만,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가 공문을 내려 일괄적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근조'나 '추모'를 표시하지 않은 한 검은 리본을 달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심지어 지난 31일 경남도청 마당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현장에 비치돼 있는 리본을 글자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 다는 일도 있었다(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근조' 글자 안 보이게 리본 뒤집어달라? http://omn.kr/21fba ).
'글씨 없는 검은 리본'과 관련해 인사혁신처는 1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각 기관에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토록 설명한 것은 맞다면서도, "애도를 표하기 위한 리본에 일률적인 규격 등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초에 왜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통일하라고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합동 분향소가 정부 지침에 따라 '실내'에 설치된 것을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비가 온다는 소식도 없는데 실내 분향소로 차려졌다고 한다. (이유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광장'이 아닌 시도청사 등 시설 내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에 서울·전남·경남을 제외한 14개 시도 합동분향소는 청사 또는 관리 건물 내부에 설치되어서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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