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재희 서울 송파갑 민주당 후보와 함께 거리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조혜지
"아이고 이번에 안 돼서 어떻게 해?"
"민주당만 잘 되면 되죠, 뭘."
선거운동복 대신 파란색 계열의 등산 점퍼에 청바지를 입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오전 11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상가 단지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 유권자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민주당 공천 논란의 상징적인 지역구로, 3차례 후보 교체를 거친 서울 강북을에서 최종 낙천한 박 의원이 10여일만에 침묵을 깼다. 그는 이날 조재희 후보가 있는 서울 송파구갑에서 선거 유세 지원을 시작했다.
10여일만에 나선 지원유세... 송파갑 → 송파병 → 서초을
송파갑(현재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은 32년간 한 번도 민주당계 의원이 당선된 바 없는 야권의 난공불락 험지다. 다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3천여 표 차이로 접전을 벌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정훈 국민의힘 후보와 조재희 민주당 후보는 6.4%p로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의뢰, 여론조사 피앰아이, 3월 22일~27일 실시, 지역유권자 500명 대상, 모바일 웹조사 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박 의원은 송파갑 뿐 아니라 같은 날 서울 송파병과 서초을 등 격전지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 의원은 지원 유세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다른 사람보다 제가 민주당이 달라지고 혁신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당에) 실망했을지 모르는 표심, 중도층을 돌려세울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당 대표 선거 낙마 때도 서울 내 험지와 영남, 충북, 강원 등에 낙선 인사를 했다고도 했다. 그는 "서울 격전지를 시작으로 울산, 대구, 경북 등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분위기가) 좋을 땐 외롭고, 어려울 땐 더 어려운 그런 곳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오전 10시 50분께 유세 시작 지점인 올림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야외 카페에 앉아있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민주당 많이 좀 응원해 달라"고 읍소했다. 한 당원은 박 의원에게 이날 유세 주변 지역이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취약했던 곳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여권 지지세가 비교적 세고, 중도 유권자가 밀집된 곳이기에 "전략적 판단에 여기로" 유세를 요청했다는 것.
실제로 이날 현장에선 박 의원을 알아보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한 70대 남성은 박 의원의 등을 두드리며 "힘내요, 잘 될 거요"라고 말했고, 성내천 조깅트랙에서 박 의원의 얼굴을 알아 본 한 중년 여성 유권자는 등을 안으며 토닥이기도 했다.
"국힘 오셨으면 딱 되는 거 아녜요?"
"옷은 파랗게 입으시고 왜 빨간옷 당을...(웃음)"
"살이 확 빠지셨네. 너무하잖아요."
"(함께 온 어린 손자를 보며) 할머니 잘 달래라이."
손자와 공원 나들이를 왔다가 박 의원을 알아 본 중년 여성 유권자는 그의 말끝에 "힘내시라"는 말을 덧붙였다. 해당 지역구의 한 민주당 당원은 박 의원에게 "백의종군 감사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 후보 잘 좀 부탁드린다"라고 답했다.
"성에 차지 않더라도 민주당에 기대 버리지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