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권우성
사회 기득권 연합
그래, 조국이 괜찮은 사람이라 치자. 비록 권력형 입시 비리와 이 과정에서 각종 범법 행위의 의혹을 받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그가 썩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러나 공당의 국회의원은 혼자되는 것이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정치는 조국 혼자서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설명할 3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법조계, 서울대, 자산가. 수십억 원대 자산가가 아닌 후보를 찾기가 어렵고, 전체 주택 보유자 중 2.7%에만 해당하는 종부세 납부자가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32%에 육박하는 정당이 세입자 정책에 진심으로 동의할 수 있을까. 한평생을 사회 엘리트로 살아온 사람들뿐인 정당이 서민과 노동자들의 정책에 진심을 다할 수 있을까. 조국 대표로 점철된 환영을 거두고 나면 영락없는 사회 기득권층의 정당이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토론회에서는 조국혁신당 강경숙 후보가 녹색정의당 나순자 후보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해 "민노총 구제법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결사와 파업의 권리를 손해배상소송으로 침해하는 기업을 규제하자는 노란봉투법이 '민노총' 구제법이라니. 심지어 제7공화국 사회국가를 말하면서, 노회찬을 말하는 정당의 후보가 말이다.
평생 사회와 노동에 대해 고민 한 번 깊이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그저 조국 대표의 후광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반노동, 반노조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낼 22대 국회가 정말로 괜찮은 걸까?
윤석열 정부와 조국혁신당
최근 조국혁신당은 대기업 직원의 임금 인상을 동결하는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 직원의 임금 대신 하청기업의 임금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선언이다. 세제 혜택은 세금 납부액이 많은 고소득, 고이익 기업일수록 혜택을 보는, 재정수혜의 역진성이 매우 큰 접근법이다. 특히 세제 혜택은 세수 감소를 유발해 그만큼의 재정 지출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대기업 직원의 임금을 줄여 (가능한지 알 수조차 없지만) 하청기업 직원의 임금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직원도 아닌 기업에 제공되는 세금 감면 혜택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출을 보조해 주는 각종 사회서비스가 줄어들어 결국은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공공지출을 줄이고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감세하는 것.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일과 닮은 꼴이다. 국가 부채 위기라 호들갑 떨며 사회서비스 등 복지 지출의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대기업들만 세금을 깎아줬다. 그 덕에 국가재정은 더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부자들은 세금 덜 내고, 서민들은 세금 낸 만큼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가재정. 숫자들 사이에 숨겨둔 스텔스 부자 복지가 24년도 윤석열 표 예산안의 핵심이다.
이에 합의해 준 민주당도 한통속이다. 부자·대기업 감세 앞에서는 거대 양당이 항상 사이좋은 기득권 연합이 되곤 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마저 가세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춘 기업에 세금도 덜 내게 해주겠다는 궤변으로. 공공복지 수준과 범위를 넓히고 사회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증세를, 특히 고소득자·기업의 증세를 역설한 노회찬의 이름이 이따위 궤변에 유린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의 실정은 검찰 정권인 것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정말 큰 실정은 보수·수구적인 경제·노동정책에 있다. 국가 부채와 세수 결손을 탓하며 연구개발(R&D) 예산, 사회서비스 예산을 삭감해도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부자와 대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안기며 사실상 역재정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정말로 심판하고 잘 싸우려면 이런 정부 정책 기조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국혁신당 스스로 밝힌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경제혁신을 대하는 관점이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은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기조, 사회서비스 축소 기조, 더 나아가 사회 해체 기조를 심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