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진천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연한 상식이 돼버렸지만 선거운동에는 큰돈이 듭니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는 각각 1500만 원, 500만 원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 명목으로 내야 합니다(등록된 장애인이거나 현재 29세 이하인 경우엔 절반, 30세 이상 39세 이하인 경우엔 70%에 해당). 자산이 많은 이에게는 비교적 부담이 없는 금액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수 후보들에겐 '금전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기탁금을 냈다고 선거 비용 지출이 완료되는 것도 아닙니다. 후보는 유세차량을 빌려야 하고, 홍보물도 인쇄해야 합니다. 선거사무소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때문에 후원회를 설립해 후원금을 모으기도 합니다. 어떤 후보는 후원금 모금 한도인 1억5000만 원을 모두 채우기도 하지만, 이를 채우지 못 하는 후보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후보는 결국 사비를 들여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어떤 정당의 당원인 경우, 후보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 또는 후원하고 싶은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보냅니다. 한두 명일 수도 있고, 많아도 10명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정당은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들이 후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제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따릅니다.
254곳 지역구에 1만원씩 후원 시도
이번 총선 기간 중 한 유권자는 254곳 지역구의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1만 원씩 보내는 시도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정당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원 송진형씨. 송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번까지는 꼭 후원하고 싶은 후보들에게 10만 원씩 후원금을 보냈는데, 나머지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보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면서 "특히 당선 가능성이 적은 지역 이른바 험지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발상의 전환을 해서 각각의 금액을 낮추더라도 민주진보 진영 지역구 후보들 모두에게 후원금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54곳의 지역구 후보들의 후원계좌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그는 3월 23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출마 후보 후원금 계좌 안내 공지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송씨는 4월 1일부터 부산·울산·경남에 출마한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을 시작으로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했습니다. 송금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송씨는 송금 오류가 난 경우 일일이 그 이유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후원금 계좌번호가 틀린 경우도 있었고, 후원금 모금 한도가 채워져 계좌를 막은 후보도 있었습니다.
송씨에 따르면, 3월 23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원금 계좌 안내 공지에는 당시 후원금이 마감된 8명의 후보만 표시하고 이후엔 업데이트 혹은 오류 수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송씨는 후원금 계좌가 막혀 송금 오류가 난 사례와 은행간 통신 문제 등으로 발생한 송금 실패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4월 1일부터 4일까지 지역구 254곳 중 송금 오류, 모금 완료 혹은 기타 이유 등 49곳을 제외한 205곳에 1만 원씩 총 205만 원을 후원금으로 보냈습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곳은 민주당 후보에게, 단일화 등으로 민주당 후보가 없는 경우엔 진보당·새진보연합 후보에게 보내기로 했답니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사퇴한 세종갑처럼 민주진보 단일 후보라고 보기 어려운 후보만 있는 지역은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2000만 원 이하이기 때문에 송씨가 보낸 205만 원은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또한 각각 만 원이기에 기부한도도 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