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 경찰청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보강: 2일 오후 9시 10분]
검찰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 5년은 김 전 청장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는 법정 최고형이다. 이태원 참사로 기소된 인사 중 최고위직으로 검찰이 1년여간 기소를 하지 않아 '봐주기' 논란을 빚던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까지 거친 뒤에야 뒤늦게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박진옥·이준엽) 심리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청장은 이번 사고를 막을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이같이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에게는 금고 3년,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은 핼러윈데이 전 서울경찰청 내 각 기능으로부터 수회에 걸쳐 인파 집중이 우려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인파 집중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명백히 예상됐기에 최소한 실질적인 조치만 취했더라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14일부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2022년 10월 29일 사이에 최소 4번 이상 핼러윈데이 인파와 관련한 사전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 경력을 이태원에 배치하지 않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의 관심은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부터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에 쏠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사 당일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에는 67개의 경찰 기동대가 동원됐다. 김 전 청장은 토요일이던 그날도 낮 12시께 서울경찰청에 출근해 직접 집회 관리를 지휘했다. 김 전 청장은 오후 8시 33분께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가 끝나자 곧바로 퇴근했다. 집회에 동원됐던 67개 기동대 역시 모두 해산됐다.
이 경력 중 일부라도 이태원에 배치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날 이태원에선 참사 4시간여 전 인 오후 6시 34분부터 총 11건의 압사 신고가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 지역 치안을 총괄하는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6분)가 벌어진 후 1시간 20분이 지난 오후 11시 16분에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 주말에 김 전 청장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류미진 전 상황관리관도 오후 11시 39분에야 처음 이태원 참사를 인식했다. 야간 당직을 서고 있던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도 오후 10시 59분께 소방에서 연락을 받은 뒤에야 참사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류 전 상황관리관은 심지어 당직근무 위치인 112상황실을 이탈해있었다.
책임 미룬 김광호 "직원들 심기 관리가 청장의 역할"
지난 3월 첫 재판이 열린 뒤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 김 전 청장은 이날도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일선 경찰서에 책임을 떠밀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마지막 피고인 신문에서 "핼러윈은 지금까지 용산(경찰서)이라든지 지역에서 각자 대책을 세워서 관리했던 행사"라며 "청장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중점적으로 가고, 직원들의 사기 관리 등을 하는 게 청장의 역할"이라고 강변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더 나아가 "2022년 핼러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분명히 나아간 사람은 피고인 자신뿐"이라고까지 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김 전 청장은 핼러윈 대응을 철저히 해달라고 (2022년) 10월 17일, 10월 24일 두 차례에 걸쳐 당부했다"면서 "교통기동대 20명, 서울청 형사 25명, 관광경찰대 10명을 포함해, 타 경찰서와 용산서 경찰관을 합해 당일 합계 137명의 경찰관이 이태원에 배치되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김 전 청장이 압사 사고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건 사후 확증편향에 의한 착각일 뿐"이라며 "김 전 청장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결과 책임론"이라고 했다.